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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온돌방36.5]가족과 함께 10년, 고아원생들의 '수호천사' 전병진 상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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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10년을 한결같이 이어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일이 기부·봉사 분야라면 더 그렇다. 10년간 매달 고아원에 후원금을 전하고 어린이날이면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웃의 평범한 사람이 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복지온돌방의 이번 주인공은 육군 5기갑여단 방공중대 행정보급관 전병진 상사(44)다.

10년간 매달 고아원에 후원금 전달 #어린이날·명절 때도 빠짐없이 방문 #"특별한 날일수록 후원 아동과 함께" #아내와 9세 아들 함께한 게 원동력 #초등생이던 후원 아동 어느덧 사회인 #"앞으로도 가족과 함께 봉사할 것"

전 상사는 2008년부터 서울시의 은평천사원 엔젤스 헤이븐 고아원생들에게 매월 3만원씩, 연간 36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10년간 후원을 했으니 누적된 기부금은 400여만원에 이른다. 그의 후원을 받은 아이들은 어엿한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전씨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3살 유아를 후원하고 있다.

전병진 상사가 지난 어린이날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육군5기갑여단]

전병진 상사가 지난 어린이날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육군5기갑여단]

그의 봉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아내와 9살 아들과 함께한다. 전씨 가족은 시간이 나면 함께 모여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를 만들고 이를 고아원에 기증하고 있다. 전씨는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라 더 행복하다"며 "지금까지 해왔듯 앞으로도 봉사를 이어가고 주변에도 권해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더 줄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병진 상사와의 일문일답.

기부와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처음 고아원과 인연을 맺은 건 2005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아내가 고아원에 먼저 후원을 하고 있었다. 연예하면서 나도 아내와 함께 자연스럽게 고아원을 방문했다. 그때 후원 아동과 인연을 맺으면서 기부·봉사를 시작했다. 또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이웃에게 헌신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다.  
10년간 꾸준히 봉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어떤 일이든 가족이 함께하면 더 좋으니 늘 기분 좋게 하고 있다. 또 고아원에서 보내오는 소식지에 후원하는 아이가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실리는 것을 보는 것도 힘이 된다.  
어린이날과 명절마다 고아원을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특별한 날일수록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찾아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숨박꼭질이나 장난감 놀이를 함께 한다. 남자 아이들하고는 몸으로 부딪치면서 놀아준다.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  
은평천사원 엔젤스헤이븐의 아이가 전병진 상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사진 육군5기갑여단]

은평천사원 엔젤스헤이븐의 아이가 전병진 상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사진 육군5기갑여단]

머리핀을 만들어 원생들에게 선물한다고 들었는데.
집사람이 손재주가 있어서 머리핀·리본을 만들던 중 옆에서 보다가 가위질도 해보고 실리콘도 붙여보고 하면서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고아원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해서 선물을 하게 됐다. 올해 어린이날에도 가지고 갔었는데 여자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머리핀을 하고서 이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전병진 상사가 엔젤스헤이븐의 원아에게 직접 만든 머리핀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 육군5기갑여단]

전병진 상사가 엔젤스헤이븐의 원아에게 직접 만든 머리핀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 육군5기갑여단]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아무래도 처음 후원했던 남자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후원했던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건강하게 잘 자라대학을 졸업했고 지금은 어엿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가 성장해가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다. 또 맨 처음 어린이날 체육대회에 갔을 때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고 미꾸라지 잡기놀이를 하고 했던 게 새록 새록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봉사를 이어갈 계획인가.
물론이다. 지금 후원하고 있는 고등학생과 유치원생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누구보다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주고 있어 마음이 놓이고 기분이 참 좋다. 나중에 커서 큰 일꾼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사회생활을 잘해서 꼭 성공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가오는 추석에도, 연말 성탄설 행사에도 꼭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아이들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은평천사원 모든 아이들이 무엇보다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게 생활해 주길 바란다. 선생님들 말씀 잘 들으면서 항상 웃음 가득히 생활해주길 바란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도록 하고,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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