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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우리 학교 소녀상, 교장선생님과 만들었죠

중앙일보

입력

by 김선아·박유빈

동아운수는 8월 14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시내버스 151번 5대에 평화의 소녀상을 태우고 운행한다. 소녀상은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제작했다. [최정동 기자]

동아운수는 8월 14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시내버스 151번 5대에 평화의 소녀상을 태우고 운행한다. 소녀상은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제작했다. [최정동 기자]

서울과 부산을 비롯, 전국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서울시 버스 151번 5대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소녀상을 태운 버스는 9월 30일까지 운행되며, 일본대사관을 지나갈 때 위안부 관련 영화 ‘귀향’의 주제곡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소녀상은 한국 사회에 전쟁이 남긴 ‘위안부’라는 상처를 잊지 말자며 시시각각 일깨운다. 또한 일본 정부에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피해자의 상처 치유를 위한 움직임을 촉구하는 역할을 한다. 전국 곳곳에 소녀상이 세워지는 가운데, 서울 한 학교에도 소녀상이 건립됐다. 8월 14일, 서울 무학여고는 세계 위안부의 날과 광복절을 기념해 교정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제작과정에 무학여고 학생과 교직원이이 직접 참여했다.

서울 무학여고에 설치된 소녀상.

서울 무학여고에 설치된 소녀상.

무학여고의 소녀상은 평화의 소녀상 원형이 된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소녀상은 서울 서초고에 처음 세워진 것이다. 서울시부교육감, 서초고 교장을 역임하고 현재 무학여고 교장으로 일하는 이대영 선생님에게 소녀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무학여고 이대영 교장선생님.

무학여고 이대영 교장선생님.

“나라 사랑, 교장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죠.”

-전임지인 서초고에서 전국 최초로 학교에 소녀상을 설치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소녀상을 세우게 됐나요?
“서울시부교육감 자리를 마치고 교장 자리에 나오기 전까지 휴식 기간이 조금 있었어요. ‘교육현장에 직접 뛰어들었을 때 내가 과연 우리나라 존립의 문제에 관해 학생들에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오래 전부터 나라사랑 교육을 하겠다는 마음은 충분했지만, 막상 닥치니 자신이 없어졌죠. 그래도 고위공무원까지 지냈고, 이젠 미래를 이끌 학생들과 수년간 함께 지내야 하는 사람인데, 나라사랑교육을 망설이는 제 모습에 많이 놀랐었죠. 선생님이 먼저 애국의 모습을 보여야 우리 청소년들이 본받을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스스로 모범이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 부인과 함께 독도로 본적을 옮겼고, 부임한 뒤 가장 처음 교내에 독도 실영상기를 설치했어요. 그 이후에도 생활 속에서 학생들에게 영토권과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기로 한 거죠. 실생활에서 체험하고, 느껴지는, 스며드는.”

–소녀상의 디자인이 다른 소녀상과 다른데, 직접 디자인하신건가요?
“서초고에 있을 때 학생과 조각가가 함께 디자인한 소녀상입니다. 원래는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소녀상을 본 따 만들었는데, 저작권에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학생 의견도 더 많이 반영할 겸 새로이 디자인했죠. 결과적으로는 더 잘됐고요.

–앞으로 나라사랑정신을 어떻게 더 전파하실 계획이신지 궁금해요.
“일단 제가 교직에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할 생각인데요. 학교에서의 수업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험 위주의 교육을 더욱 더 확대시키고 싶어요. 이전 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생들과 독도나 여순 감옥에 갔던 게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아무래도 교실에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 보다, 직접 역사의 현장에 가 보았을 때 영토권과 주권의 박탈에 대한 처절함을 더 잘 느낄 수 있겠죠.

또 학교에서 희망자를 받아 ‘나라사랑클럽’을 만들 계획입니다. 학교 소녀상 관리부터 작은 수요 집회까지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더욱 의미 있지 않겠어요?”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역사는 뿌리다!’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잘 자라려면 일단 뿌리가 튼튼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 민족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가끔 학교에 세워진 소녀상을 생각하면서 역사의식과 나라사랑정신을 닦아본다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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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성동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유미옥(41) 간사는 “성동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지역 학생과 주민의 힘으로 세워졌듯이, 우리 모두가 소녀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평화의 소녀상이 지하철역이나 학교 등 다양한 곳에 건립되는 만큼, 다음 세대의 올바른 교육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학여고 3학년 이서현(18) 학생은 학교에 세워진 소녀상을 보며 “일본에 법적책임을 요구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는 폐기되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할머니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어 주는 길일 것이다. 이를 통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일본 지도자들의 용감한 태도를 요구해 일본 정부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김선아·박유빈(무학여고 3) TONG청소년기자 왕십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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