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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변보호 요청한 여성, 4일 만에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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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동거남으로부터 위협을 느낀 50대 여성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나흘 만에 동거남에게 살해됐다. 이 여성은 경찰이 준 위치추적기(스마트워치)로 긴급신고했지만 위치추적기 표시 반경이 넓어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기도 했다.

24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6시 35분께 부산 강서구의 주점 앞 거리에서 A(58)씨가 주점 주인 B(57·여)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심각해지는 연인 폭행. [자료제공=박남춘 의원실(경찰청 집계)]

심각해지는 연인 폭행. [자료제공=박남춘 의원실(경찰청 집계)]

A씨와 B씨는 10여년 전부터 동거하다가 지난달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된 B씨는 헤어진 뒤 A씨로부터 위협을 받아 나흘 전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헤어진 뒤에도 A씨가 아파트를 3차례 찾아와 욕설하고, 일주일 전에도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을 시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A씨는 B씨를 살해하기 7~8분 전쯤 주점에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B씨는 주점 밖으로 달아났지만, A씨는 뒤쫓아가 흉기로 B씨를 살해했다.

살해된 B씨는 주점에 A씨가 찾아오자 가지고 있던 신변 보호 대상자용 스마트워치의 긴급 신고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워치는 신변보호를 요청한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긴급 신고와 위치추적이 가능한 장비다.

경찰은 긴급 신고를 받은 지 11분 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그 사이 B씨는 A씨에게 살해됐다.

확인 결과 경찰은 출동 9분 만에 B씨의 아파트에 도착했다가 다시 450m가량 떨어진 범행 현장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B씨의 유가족 등은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늑장 출동해 B씨가 살해됐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B씨가 건물 안에서 긴급신고 버튼을 누를 경우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고, 당시 퇴근길 차량 정체가 심했다며 늑장 출동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고 기지국 반경으로 넓게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며 “퇴근길 차량 정체가 심해 중앙선을 넘고 신호까지 위반하며 달려갔지만,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전국에는 신변보호대상자가 600명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위치추적기는 B씨의 것과 같은 종류다. 위치표시기능이 향상된 신형기기는 오는 9월부터 교체가 시작될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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