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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 구꾼 입담 타고 삼국유사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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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북 군위군 사라온이야기마을에서 ‘삼국유사 이바구꾼’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군위군]

경북 군위군 사라온이야기마을에서 ‘삼국유사 이바구꾼’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군위군]

“나 문무왕! 죽어서도 용이 돼 이 나라를 지킬 것이다!”

일연 책 편찬 인각사 위치 군위군 #주민이 설화 전하는 프로그램 운영 #단군신화 등 맛깔나는 옛얘기 인기

지난 17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사라온이야기마을 숭덕관.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안경숙(39·여)씨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안씨 앞에 모여 앉은 어린이 관객 10여 명도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안씨는 문무왕 이야기 외에도 단군왕검 건국설화, 여왕이 된 공주 신라 선덕여왕 이야기, 은혜 갚은 왕 신라 소지왕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들려줬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안씨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이날 어린이 관객들의 혼을 빼놓은 이야기 보따리는 군위군이 마련한 ‘삼국유사 이바구 마을’ 프로그램이었다. ‘이바구’는 이야기의 경상도 방언이다. 프로그램은 『삼국유사』(국보 제306호)에 등장하는 다양한 전설과 신화를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각색해 들려준다.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의 신화와 민간설화를 수집하고 특히 향가와 불교 관련 기록을 수록해 『삼국사기』와 함께 고대문학·역사 연구에 귀중한 문헌으로 꼽힌다.

프로그램엔 ‘삼국유사 이바구꾼’으로 선정된 지역민 10여 명이 나섰다. 지난해부터 군위군은 ‘삼국유사 이바구꾼 양성과정’을 운영해 지역 출신 이바구꾼들을 길러 왔다. 이 과정을 수료한 10여 명이 삼국유사 이바구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안씨도 지난해 이바구꾼 양성과정 1기를 수료하고 현재 2기 교육을 받고 있다.

삼국유사 이바구마을은 평일 목·금요일, 주말 토·일요일에 하루 2회씩 운영된다. 단체 예약이 있을 경우 탄력적으로 조정 운영된다.

삼국유사 이바구꾼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량씨는 “처음 날개짓을 하는 어린 새처럼 아직은 서툴지만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를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군위군이 『삼국유사』를 테마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군위군과 『삼국유사』 사이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고려 충렬왕 때의 승려인 일연(1206~1289)이 말년에 『삼국유사』를 편찬했던 곳이 바로 군위군에 위치한 인각사였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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