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공무원인데 남편이 아내를 평가한다? 경기교육청 부부근평 공정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공공기관 사무실내 공무원 빈 자리. [중앙포토]

공공기관 사무실내 공무원 빈 자리. [중앙포토]

“한 가족 사이에서 근무를 평가하는 일이 일어나는 겁니다.”

부부가 교육지원청-해당 지원청 관할 학교 근무 #'평가'-'피평가자' 관계될 수 있는 가능성 있어 #5급 사무관 승진시험 앞두고 부부 공무원 논란 #"부부란 이유 원거리 근무 또 다른 역차별" 반론 #"공무원 평가 상급자 영향 큰 만큼 투명성 높여야"

교육직종 내에 부부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부부가 ‘평가자-피평가자’ 관계가 형성되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5급 사무관 승진시험이 예정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때아닌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인사평가의 투명성을 위해 교육행정직 부부가 같은 교육지원청 안에서 함께 근무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부부현황’ 자료를 토대로 혹시 모를 인사착오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경기도교육청 로고.

경기도교육청 로고.

대도시 교육지원청도 교수학습·경영지원 2국, 초등교육·경영지원과 등 6과 조직체계라 직·간접적으로 근무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사발령이 생활 근거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부부 중 한 명은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나머지 한 명은 이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 행정실에서 각각 근무할 수는 있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부부 중 한 명을 동일 지역이 아닌 다른 교육지원청이나 학교로 발령낼 경우 오히려 부부라는 이유로 원거리 근무를 해야 하는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경우 부부간 평가자-피평가자가 돼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편 또는 아내가 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장(5급)으로 근무하고, 아내 또는 남편이 해당 교육청 관할 일선 초·중학교 행정실 6급 행정실장으로 일하는 경우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음 달 5급(사무관) 승진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승진 대상자는 근무평가 40%와 역량평가 60%(면접 20%, 보고서 20%, 동료평가 20%)로 선발한다. 문제는 승진 대상자가 되려면 일정 순위 안에 들어야 가능한데 최근 3년간 근무평가만으로 따진다.

근무평가는 역량평가와 달리 다면평가방식이 아니다. 상급자의 주관적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과거 공무원 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 그래프.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부부 공무원도 많아졌다. [중앙포토]

과거 공무원 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 그래프.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부부 공무원도 많아졌다. [중앙포토]

익명을 요구한 수원의 한 고교 행정실 관계자는 “남편이 아내의 근무를 평가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문제가 터져야 제도가 바뀔 텐데 워낙 암묵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평가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총조사(2014년 발간)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중 부부 공무원 비율은 22.1%다. 이중에서 교육 직종은 27.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선거관리위원회(26.8%), 법원(24.9%) 등의 순이다. 교육행정직에서 근무평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경기도교육청 안팎에서는 “아내가 사무관 승진시험 대상에 포함됐는데, 남편이 근무평가를 직접 했다”, “과거에도 이런 문제가 불거져 승진 인사 결재가 지연되기도 했다”는 등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부부를 동일 지역에서 함께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윤영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혁신지원센터소장은 “공무원들은 영업이익이나 매출 등 양적인 데이터로 평가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성과측정 장치가 마땅치 않아 근무평가에 상급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특히 부부간 평가-피평가자 관계가 생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평가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