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부처 업무보고... 향후 책임총리 수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첫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이달 31일까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과기부와 방통위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를 찾아 “지금까지는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계획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성과와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새 정부가 강조하는 개혁도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주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공직자상을 요구하게 됐다”며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가 개혁의 구경꾼이나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이끄는 주체라는 자부심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당부하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문 대통령이 하반기 주요 핵심 정책들을 보고받은 뒤 각 부처 실무자들과 이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과기부에는 “과거에 비해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국가경쟁력이 많이 낮아졌다”며 “통신비도 높은 편이어서 식품비와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에 지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에도 “언론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특히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이고 인터넷상의 언론의 자유도 많이 위축됐다는 평가”라고 지적했다. 그런 뒤 “이런 결과들을 보면 지난 10년간의 과기정보통신 정책과 방송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반성의 관점 위에서 오늘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업무보고는 예정된 90분을 넘겨 오후 4시10분까지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해당 부처가 있는 정부 서울청사, 정부 세종청사 등을 찾아 직접 업무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2013년 국방부와 세종 청사 등을 찾아 업무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경호상 편의 등을 이유로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업무 보고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개별 부처를 찾아가는 것은 부처 직원들과의 스킨십 폭을 넓히면서 자연스레 ‘부처 중심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도 “대통령이 실제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으니 각종 보고 및 준비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점은 부담스럽다”면서도 “개별 부처를 방문하는 시도는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1회 을지국무회의 및 37회 국무회의에서 무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1회 을지국무회의 및 37회 국무회의에서 무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업무보고 이후부터는 부처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권한이 강해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빼고 17개 부처 장관이 모두 임명된 상태로 내각 구성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평소 소신에 따라 총리가 일상적인 국정 과제를 책임지도록 하는 총리 역할 강화에 나서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가 일각에선 일종의 책임총리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 총리에게 범정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또 매주 월요일 마다 이 총리와 정례 오찬을 갖고 국정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신뢰가 두터워진 점도 있다.

 문 대통령이 하반기에 굵직한 외교 일정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국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9월 중순경에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는다. 11월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하고 곧바로 필리핀으로 이동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할 예정이다. 위문희 기자 moong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