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축구장에 북한의 폭탄테러가…대테러 진압훈련 현장 찾아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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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펑!"

친선경기 중 폭탄테러 일어난 상황 가정 #현장지휘본부 차려지고 발빠른 초동대처 #부상자 후송·화재 진압·테러범 진압까지

22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고요하던 경기장 안에 쩌렁쩌렁한 폭발음이 수 차례 이어졌다. 곧이어 주황색 의자들이 늘어서 있는 관객석 W3·W5 구역에서 짙은 회색 연기가 솟구쳤다. 관객석 주변으로는 폭발에 부상을 입고 쓰러진 이들이 신음하고 있었다.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리는 가운데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치솟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리는 가운데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치솟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갑작스런 폭발의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 곧장 대구스타디움 내 방송으로 "1층 관람석에서 미상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들께서는 당황하지 마시고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경기장 외부로 신속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이 대피하는 동안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에는 구급차와 소방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구급대원들은 바닥에 누워 있는 부상자들을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실어날랐고 소방대원들은 연기가 치솟는 곳을 향해 물을 뿌렸다.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갑작스런 폭발로 부상입을 입은 관객이 쓰러져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갑작스런 폭발로 부상입을 입은 관객이 쓰러져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그러는 사이 경찰이 주도하는 현장지휘본부가 모처에 마련됐다. 관할 경찰서인 수성경찰서장의 지휘 아래 현장지휘본부가 폭발의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수성경찰서장은 제2작전사령부 작전과장에게서 화생방 신속대응팀, 5분 전투대기부대, 정보분석조를 투입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대구환경청에서도 화학사고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했다고 보고했다.

다행히 이 모든 일은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 이날 육군 제2작전사령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연계해 대구스타디움에서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 훈련을 실시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불순 세력이 테러를 일으켰다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다.

폭발 이후의 대처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뤄졌다. 환자 후송과 화재 진압이 마무리된 직후 군과 경찰은 대북 용의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구스타디움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추가 폭발물이 있을 우려에 따라 군 장병들이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경기장 곳곳을 살폈다. W3 출입구에서 추가 폭발물이 발견되자 제2탄약창 EOD(폭발물처리반)가 보유하고 있는 폭발물 처리 로봇을 이용해 폭발물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난 후 군 장병들이 추가 폭발물이 있는지 수색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난 후 군 장병들이 추가 폭발물이 있는지 수색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불순 세력이 폭발물을 관객석에 두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현장지휘본부는 경찰에서 군으로 지휘권이 넘어갔다. 군은 대테러초기대응팀, 7공수특전여단 대원들을 출동시켰다. 경찰도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 경찰특공대 진압팀과 협상팀을 지원했다.

이윽고 이번 훈련의 백미인 시누크(CH-47) 헬기와 수리온 헬기가 주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수리온 헬기에서는 경찰특공대원들이 패스트로프를 이용해 주경기장에 하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 7공수특전여단과 육군 제50보병사단 헌병특임대 대원들이 50m 높이의 경기장 돔 상단에서 레펠을 타고 빠르게 하강했다. 경기장 곳곳에 저격수들도 배치됐다.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패스트로프 하강을 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패스트로프 하강을 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7공수특전여단과 50사단 헌병특임대 대원들이 50m 높이의 경기장 돔 상단에서 레펠을 타고 하강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7공수특전여단과 50사단 헌병특임대 대원들이 50m 높이의 경기장 돔 상단에서 레펠을 타고 하강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경찰특공대 협상팀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테러범들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테러범들은 사방에 총격을 가하며 테러 진압에 나선 군과 경찰 대원들을 위협했다.

협상 시도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현장지휘본부는 테러범 진압 작전을 시행하기로 했다. 특공여단 대테러 초기대응팀과 50사단 헌병특임대는 관람석 옆으로 조를 짜 신속하게 이동했다. 테러범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출입문 유리창을 폭파하고 진입한 대원들은 단숨에 테러범들을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경찰특공대와 7공수특전여단 대원들이 테러범 진압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경찰특공대와 7공수특전여단 대원들이 테러범 진압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테러범들이 진압돼 이송되고 있다. [사진 대구시]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훈련'에서 테러범들이 진압돼 이송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일부 테러범들은 대구스타디움을 벗어나 달아났다. 이에 현장지휘본부는 드론 2대와 저격수를 태운 헬기로 테러범들을 따라붙었다. 결국 테러범들은 얼마 달아나지 못한 채 조준 사격 당했다.

박한기 제2작전사령관은 "다중이용시설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골든타임 안에 상황을 종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 훈련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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