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어머니가 눈물로 쓴 시 64편

중앙일보

입력

단원고 2학년 2반이던 혜경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어머니 유인애씨는 갑작스럽게 막내딸을 잃었다.

유씨는 참사 1년 반이 지나 혜경이가 태어났을 때 입혔던 배냇저고리를 꺼냈다. 아이의 체취를 맡으며 시를 썼다. 삼년상을 치른 후 시 64편을 모아 '너에게 그리움을 보낸다'(굿플러스북)를 펴냈다.

추천사에서 이산하 시인은 "아이는 한 번 죽지만 엄마는 수백 번 죽는다"며 "유인애씨가 피눈물로 쓴 이 시집에서는 칼로 천천히 살점을 도려내고 천천히 뼈를 긁는 소리가 들린다"고 적었다. 150쪽. 1만원.

'배냇저고리'

얼굴 대보며 17년 전 아기였던 너의 냄새 맡는다
아기분과 젖 냄새, 분유냄새
그 냄새를 애써 찾는다.
내 분신이었고 내 사랑을 한없이 준 아기
요 배냇저고리 다시 입히면 좋으련만
지난 흔적만 아련하게 끌어낸다.
그래도 이 순간 배냇저고리 입은 아기는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사랑해 아가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