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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쉬는 휴일에 … STX조선 협력업체 직원 4명 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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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일 오전 11시37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K사 근로자 임모(53)씨를 비롯해 김모(52)·엄모(45)·박모(33)씨등 4명이 숨졌다.

선박 탱크 도장작업 중 폭발사고 #STX “도료서 나온 유증기 터진 듯” #경찰, 환풍기 고장 여부 등 조사

창원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임씨의 부인 전모(47)씨는 “남편이 일해야 한다고 해 내 동생의 49재에 같이 가자고 하지 못했다”며 “나와 같이 갔다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라며 애통해했다. 전씨는 남편의 시신을 보고 난 뒤 “탱크 바닥만 칠하고 4시쯤 퇴근할 거라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갈 수 있나”라며 주저앉아 통곡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선박 지하 3층에 있는 깊이 12m, 면적 17~20㎡의 RO(Residual Oil, 잔여 기름) 탱크 안에서 벽면과 바닥을 코팅하는 도장작업을 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탱크 안에서 사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는 낮 12시7분 탱크 내부로 진입해 시신 4구를 확인하고 오후 1시30분쯤 시신을 모두 밖으로 옮겨 창원 시내 한 병원에 이송했다. 탱크로 내려가는 입구는 지름 1m 정도로 좁았다.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이 배는 그리스 선박회사에 10월 인도될 예정인 7만4000t급 석유제품 운반선이다. 현재 공정은 90%로 건조 선박에는 탱크가 15개 있다. 폭발사고가 난 탱크는 15개 탱크 중 하나로 남은 기름을 보관하는 곳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 건조 중이라 탱크 안에 기름은 없다”며 “사고 당시 특수도료를 이용해 마무리 도장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영민 STX조선해양 안전품질담당 수석부장은 “시너 성분 등 특수도료에서 나온 유증기가 폭발한 것 같다”고 사고 원인을 추정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주위 100m 안에서 용접 같은 화기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TX 측은 “사고 선박에는 환경안전팀(HSE) 작업관리자가 1명 있었고 작업 전에 팬 상태와 습도·조도 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사 관계자는 “탱크에 환풍구가 없으면 질식하기 때문에 사고 당시 환풍시설이 작동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용접작업이 없었다면 전기 누전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해양경찰은 조명등 한 개가 터진 사실을 확인했으며 환풍시설 고장 여부와 폭발을 촉발한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5시30분쯤 사고 현장을 찾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탱크 위에서 환풍구가 가동되는 것을 보고 “왜 현장을 사고 당시 그대로 보존하지 않고 계속 환풍시설을 돌리느냐”며 질책했다. 이에 회사 측이 “가스가 찰까 봐 그랬다”고 대답하자 김 장관은 “당장 멈추라. 앞으로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반드시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창원=황선윤·최은경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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