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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테러 당초 타깃은 가우디의 성당, 모로코 용의자 많은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페인에서 연쇄 차량 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핀란드와 러시아에서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이 발생해 유럽 전역에 테러 공포가 퍼지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차량 테러의 주범인 모로코 출신 유네스 아부야쿱(22)을 수배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그가 차량을 몰고 프랑스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프랑스와 공조 수사에 나섰다.
 스페인 경찰은 캄브릴스에서 일어난 추가 테러 현장에서 용의자 5명을 사살했고 4명을 체포했다. 경찰 당국은 “용의자 2명이 폭발 사고 중 숨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테러 조직은 붕괴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경찰이 공개한 연쇄 차량테러 용의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무사 우카비르, 사이드 알라, 모하메드 히차미, 유네스 아부야쿱. 모두 모로코 출신이다. AFP=연합뉴스

스페인 경찰이 공개한 연쇄 차량테러 용의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무사 우카비르, 사이드 알라, 모하메드 히차미, 유네스 아부야쿱. 모두 모로코 출신이다. AFP=연합뉴스

 이번 테러에 연루된 용의자 12명 중 6명이 북아프리카 모로코 출신이다. 도주 중인 아부야쿱과 사살된 무사 우카비르(17)를 비롯해 사이드 알라(18), 모하메드 히차미(24)  등이다. 경찰은 이들이 살던 리폴 지역의 이맘(이슬람 성직자)인 모코로 출신 압델바키 에스 사티도 폭발물 준비 등에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후문 쪽에서 바라본 건축가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카탈루니아 관광청]

후문 쪽에서 바라본 건축가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카탈루니아 관광청]

 당초 테러 대상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였던 것으로 현지 언론이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 관광객이 400만 명에 달하는 바르셀로나 최대 명소로, 폭발물을 실은 차량으로 이를 파괴하려는 계획이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16일 알카나르에서 폭발물을 만들다 터뜨리는 사고가 나면서 람블라스 거리 차량 테러로 바꿨다는 것이다. 경찰은 알카나르 폭발 현장에서 용의자 2명의 시신을 20일 추가로 발견했다.
 18일 핀란드 남서부 도시 투르크 중심가에선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등 외국인도 있었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체포된 용의자는 지난해 핀란드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18세 모로코인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이후 5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잇따른 테러에 모로코 출신이 다수 포함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이 약해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모로코를 중심으로 한 북아프리카를 거점 삼아 유럽에 대한 테러를 일삼을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모로코의 IS 테러리스트들이 유럽의 문지방을 위협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전장에 있던 모로코 출신 전사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유럽을 공격할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의 서쪽 끝인 스페인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의 서쪽 끝인 스페인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 끝인 모로코에서 지브롤터 해협만 넘으면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인 스페인에 닿을 수 있다. 최근들어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한 전직 IS 관계자는 “IS의 위세가 한창일 때 이라크와 시리아로 간 모로코인 전사가 1600명에 달했고, 상당수가 숨졌지만 전장에서 모로코와 튀지니로 복귀한 IS 전사만 1000명 쯤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다른 무장단체 출신 관계자도 "프랑스 등 유럽에 살던 모로코 청년들 중에는 마약을 팔거나 절도를 하는 등 현지에서 적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자신들이 차별받았다고 느끼는 청년과 소년들이 터키를 거쳐 다시 모로코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으며, 이들은 IS에 유착돼 유럽을 공격할 기회를 찾곤 한다"고 전했다. 북아프리카가 IS의 복수를 위한 대 유럽 공격기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오전 11시 20분쯤 러시아 시베리아의 수르구트 중심가에서도 한 남성이 복면을 쓰고 흉기를 휘둘러 7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중심가를 뛰어다니며 주로 여성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했으며,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 남부 다케스탄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집안의 19살 남성이라고 전했다.
 IS는 일련의 공격에 대해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의 위세가 약해지고 있지만 조직적 공격을 감행할 여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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