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 시중가 3배에 급식용 계란 산 이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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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서울의 한 사립고교가 학생 등록금과 급식비 등을 횡령해 교육청에 적발됐다. 이 학교는 설립자(75)의 부인이 교장(73)인데 자기 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2015년 이후로 방과후학교 운영을 맡기고 2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학교재단 임원이나 학교장의 친인척에게는 방과후학교 운영을 맡기지 못하게 돼 있다.
이 학교는 또 재단 소유의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시중가의 3배에 구매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낸 급식비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교육청, 예산 횡령 의혹 예술 중점 자율학교 1곳 적발 #설립자 부인이 교장…딸에 방과후학교 맡기고 20억 지급 #급식용 계란, 재단 소유 농장서 시중가 3배 주고 사 #학생 사용 거의 없는 연수시설, 학교 예산으로 인건비

 18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의 한 사립고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재단과 학교 임직원의 횡령 등 비리가 드러났다"며 "이 학교 재단 임원에 대한 승인 취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이 학교는 교육감이 지정한 자율학교로, 일반고에 비해 2.5배 높은 등록금을 받고 있다.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학생의 등록금을 횡령한 사립학교의 비리가 드러났다. [연합뉴스]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학생의 등록금을 횡령한 사립학교의 비리가 드러났다. [연합뉴스]

 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는 2015년 이후로 설립자 차녀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 방과후학교 운영을 맡기고 대가로 20억원을 지불했다. 이는 '학교가 설립자 등 재단 임원이나 학교장의 직계 가족, 배우자의 회사와는 계약해선 안 된다'는 교육청 지침에 어긋난다. 학교 측은 교육청 지침을 어긴 것은 인정하면서도 "딸이 있는 업체가 나름대로 운영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학교 재단은 강원도에 농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생산된 달걀을 학교가 2013년 급식 용도로 한 판당 1만5000원에 사들였다. 이 농장은 유기농이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농장이다. 교육청은 “보통의 학교가 계란 한 판을 5000원에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 학교는 3배의 가격을 지불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강원도 있는 연수원을 학교 교직원이나 학생이 거의 이용한 적이 없는데도 연수원 관리자 인건비를 꼬박꼬박 학교 예산에서 지급했다.
이 밖에도 이 학교는 최근 1년간 정교사 5명을 포함해 기간제 교사 등 17명을 해고하는 등 인사 전횡 의혹도 제기됐다. 해임교사 중 한 명은 "재단 설립자와 교장의 장녀가 지난해 학교 교감으로 부임한 뒤, 눈에 들지 않는 교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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