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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산란계 농장에 '살충제' 보급한 어처구니 없는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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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모습.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모습.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정부가 ‘살충제’ 성분이 든 방제약품을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도 보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농가에는 살충제와 같은 유기합성 과정을 거친 농약과 해당 성분이 함유된 동물용 의약외품 등을 사용해선 안 된다.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 시범사업 일환 #경기도 등 전국 13개 광역시·도 구입지원 #살충제 살포 일절 금지된 친환경 농가공급 #용인시 한달 후 부랴부랴 공급 살충제 수거 #일부 지자체 "친환경 농가 사용가능한 줄 알아"

17일 전국 각 지자체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 시범사업을 벌였다. 서울과 부산·울산·대전을 제외한 13개 시·도에 방제약품 구매비 1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예산을 내려받은 지자체들은 지방비를 보태 조달청에서 약품을 구매, 농가에 보급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까지 살충제가 공급됐다.

실제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지난달 6월 29일 720만원을 들여 살충제인 ‘아미트라즈’ 200병(한 병당 50mL 기준)을 친환경 산란계 농장 6곳에 전달했다.

현재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A 산란계 농장만 40병을 사용하고 나머지 160병은 수거했는데, 지난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당시 닭을 도살 처분해 빈 계사 소독용으로 사용했다는 게 축산업무 책임자의 설명이다. 산란계에는 직접 아미트라즈를 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산란계 농장 모습. [중앙포토]

국내의 한 산란계 농장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살충제 살포가 일절 금지된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 아미트라즈를 보급했다 40여일 지나 뒤늦게 수거에 나선 것이다. 아미트라즈는 출하된 계란에서는 아예 검출돼서는 안되는 약품이다. 기준치가 ‘불검출’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진드기가 발생한 농장에 우선 공급하다 보니 친환경 인증 농가인 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이들 산란계 농장 계란에 대한 검사결과 아미트라즈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인시청 전경. [중앙포토]

용인시청 전경. [중앙포토]

경남 창녕군도 연초 편성 받은 예산 6000만원(국비 3000만원·군비 2100만원·도비 900만원)으로 지난 6월 진드기 살충제를 구매, 창녕 지역 10여 곳 산란계 농장에 공급했다. 친환경 인증 농장도 포함됐다.

창녕군 관계자는 “관내 산란협회에서 제출받은 추천제품을 검토해 동물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군에서 살충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어떤 살충제를 써야하는지 관련 법이나 지식이 부족해 따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7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큰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다.조문규 기자

17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큰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다.조문규 기자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전남 나주의 한 산란계 농장 역시 나주시가 공급한 살충제인 ‘와구 프리 블루’를 지난 4월 보급했다. 대상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지역내 25개 산란계 농장이라고 한다. 비펜트린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는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살충제 와구 프리 불루를 친환경 축산 농가에서 사용해도 되는 줄 알았다. 다만 계사 내에 닭이 없는 상태에서만 뿌리면 되는 줄 알고 공급했다”며 “사용을 금지한 명확한 지침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살충제 여파로 계란의 출하자 중단된 가운데 농협은 16일 정부의 검사결과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의 판매를 재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매대에 계란을 진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살충제 여파로 계란의 출하자 중단된 가운데 농협은 16일 정부의 검사결과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의 판매를 재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매대에 계란을 진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32개 농장의 이름과 검출량, 난각 코드(계란 껍데기의 식별 번호) 등을 공개했다. 이미 확인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의 살충제 성분 외에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등 새로운 성분이 검출됐다. 소비자가 해당 계란을 확인하려면 계란 껍데기의 번호를 잘 살펴야 한다.

용인·창녕·나주=김민욱·최은경·김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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