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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쓰는 농가가 친환경? 헷갈리는 인증 제도

중앙일보

입력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처음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의 농장은 ‘무항생제 축산물’ 분야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이게 가능한 것은 먹거리에 대한 모순되는 친환경 인증 제도 때문이다.

항생제 안 먹이면 '무항생제 농가'로 친환경 인증 #가둬 키우는 건 마찬가지, 친환경 축산과 거리 #무농약 농작물 재배자도 화학비료 사용 가능 #민간기관 현장 검사에 의존, 인증 남발 가능성 #이참에 친환경 인증 제도 헛점 개선 필요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 등을 첨가하지 않은 ‘일반 사료’를 먹여 키운 축산물이라는 의미다. 이는 시장에서는 ‘친환경 인증 축산물’로 유통된다.

소비자가 이 인증을 보고 좁은 우리에 갇혀 평생 알만 낳는 닭을 상상하긴 어렵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계란을 기대하고 지갑을 연다. 하지만 이 인증을 부착한 계란은 항생제를 쓰지 않았을 뿐, 소비자가 피하려고 하는 공장식 축산과 다를 바가 없다.

그동안 먹거리에 대한 친환경 인증 제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수차례 있었다. 친환경 인증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관리원)의 소관 업무다. 하지만 모든 신청자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직접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민간 인증기관의 손을 빌려왔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는 법이 개정돼 관리원은 아예 인증은 민간에 맡기고 이에 대한 관리ㆍ감독만 하고 있다. 관리원의 감독하에 축산물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민간인증기관은 현재 39개에 달한다.

문제는 민간인증기관의 수익 구조다. 이들은 친환경 인증을 많이 할수록 수익이 난다. 자칫 친환경 인증이 남발할 유혹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평소에 친환경농업 육성법에 따른 인증 조건을 철저히 지키지 않아도, 현장 조사를 나간 시점만 무사히 넘어가면 된다. 이래저래 구멍이 많은 셈이다.

무항생제 축산물을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계속 논란이 돼 왔다. 가둬둔 닭에 진드기와 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현재 국내 양계·산란 농장의 90%가 우리에 가둬 키우는 케이지 방식을 사용한다. 날개 한번 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자라는 닭에 생기기 마련인 진드기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축사 소독 등에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

실정이 이렇지만 정부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된 국산 닭고기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3만7880t이 친환경 인증 닭고기다. 현실과 통계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닭고기만의 문제만는 아니다.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무농약 농산물로 구분되는데, 소비자로서는 혼란스러운 기준이다. ‘무농약 농산물’은 농약은 사용하지 않지만 화학 비료는 3분의 1 이내로 사용해 키운 농작물이다. 화학 비료의 잔류물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키운 유기 농작물의 비중은 매우 낮다.

친환경 인증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시장’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강해 친환경 인증에 관대하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불신이 쌓여 진짜 유기농법을 사용하는 농가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 친환경 먹거리 분류와 의미

1. 친환경농산물

유기농산물: 유기합성 농약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

무농약 농산물: 유기합성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화학 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3분의 1 이내 사용

2. 친환경 축산물

친환경인증표시

친환경인증표시

유기축산물: 유기농산물의 재배 생산 기준에 맞게 생산된 유기사료를 주며 키운 축산물

무항생제축산물: 항생제 합성향균제 호르몬제가 첨가되지 않은 일반 사료를 주며 키운 축산물

자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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