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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상징, 힙합 아이콘…'남부연합기'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시위를 벌인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손엔 두 종류의 깃발이 들려있었다. ‘하켄크로이츠(卍)’가 그려진 나치 깃발과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다.
대체 남부연합기가 뭐길래,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나치의 상징물과 같은 문제적 상징물이 된 걸까.

남북전쟁 때 북버지니아군 깃발

극우의 상징으로 전락한 남부연합기. [사진=위키피디아]

극우의 상징으로 전락한 남부연합기. [사진=위키피디아]

남부연합기는 성조기와 마찬가지로 붉은색·푸른색·흰색을 사용한다. 중심을 차지하는 커다란 십자 안엔 하얀 별이 들어있다. 반군기, 딕시(Dixie) 깃발로도 불린다.
원래 남북전쟁 때 남군 총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 장군의 북버지니아군이 사용하던 전투 깃발이다. 리 장군은 이번 샬러츠빌 사태의 중심 인물이다. 그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샬러츠빌의 민주당 시의회 결정에 반발해 극우주의자들이 집결했기 때문이다.

美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남부연합기' #남북전쟁 때 북버지니아군 전투 깃발 #남부의 역사 유산, 차별 상징으로 전락 #남부 주에선 보호…캘리포니아는 금지 #흑인 래퍼들 체제 전복 의미로 사용도 #지코도 뮤직비디오에 사용했다 역풍

노예제 폐지에 반대한 리 장군이 사용했지만, ‘남부연합기’는 남부연합의 깃발은 아니다. 북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미 연방을 탈퇴했던 ‘남부연합’은 다른 깃발을 사용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공식 깃발로 채택되지 못한 ‘남부연합기’가 남부연합을 대표하게 됐다. 참전군인을 기리는 행사에 등장해 남부의 유산과 자부심을 뜻하는 상징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현재도 미 남부 지역의 관공서에선 이 깃발이 내걸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일우월주의자들의 남부연합기를 찢는 차별반대 시위대. [AP=연합뉴스]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일우월주의자들의 남부연합기를 찢는 차별반대 시위대. [AP=연합뉴스]

KKK 등 사용하면서 차별·혐오 상징으로 

이처럼 역사의 유산인 남부연합기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인종차별의 동의어가 돼 버렸다.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흑인 민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깃발이 분리주의자들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큐 클럭스 클랜(KKK)이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깃발의 의미는 극우·차별·편견으로 굳어졌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주에선 남부연합기를 내걸거나, 깃발 문양이 들어간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반면 플로리다·미시시피·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루이지애나 등 남부 주에선 남부연합기 훼손을 금한다.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 때문에 깃발을 훼손한다 해도 실제 처벌할 수는 없지만, 깃발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법을 존치시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흑인 민권은동단체들은 깃발 사용 중단을 위한 운동을 벌였다.
지난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뒤엔 남부연합기 금지 운동이 다시 주목받았다. 9명이 숨진 사건의 가해자가 21세 백인 청년이었고, 인종차별에 따른 증오가 범행 동기라는 경찰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남부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깃발 논란은 확산됐다.

그러나 깃발에 대한 인식은 인종·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깃발 폐지 논란은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2015년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7%는 이 깃발이 인종차별보다는 ‘남부의 자부심’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백인은 25%가 깃발이 인종차별을 뜻한다고 답했지만, 흑인은 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선 백인의 75%가 ‘자부심’으로 깃발을 받아들인 반면, 흑인의 75%는 인종차별로 깃발의 의미를 해석했다.

백인은 ‘남부의 유산’ 흑인은 ‘인종차별’ 인식 

이처럼 해석의 논란이 분분한 남부연합기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도 종종 등장한다.
특히 미국의 흑인 래퍼들이 사용하곤 한다. 아웃캐스트는 2000년 자신의 공연에서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벨트 버클을 떼어내 밟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카니예 웨스트는 “흑인이 사용함으로써 (인종차별) 의미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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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지난 2014년 래퍼 지코가 남부연합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어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이었던 타일러 라쉬는 트위터를 통해 “남부맹방(연합) 국기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라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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