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고노에게 대화 타진” … 북, 일본 지렛대로 미국과 대화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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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용호(左), 고노(右)

이용호(左), 고노(右)

북한이 일본과 대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타결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 “ARF 때 의향 전달” #아베·트럼프 통화서 언급 가능성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5일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이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과 의견교환을 하면서 대화를 타진해 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6일 밤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 직전 잠시 이뤄졌다. 고노 외상이 이 외무상에게 핵과 미사일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인 납치 문제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2002년 평화선언에 기초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했고, 이에 이 외무상이 “대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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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중재 역할을 요청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그러면서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는 북한으로선 ‘(자신들보다)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편이 (대화 성사가) 더 빠를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일본 정부도 북한의 의도를 신중하게 따져보겠다는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 체제 유지 등을 얻어내려고 하는 북한이 일본을 지렛대로 미국을 움직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대화를 타진해 왔다는 요미우리의 보도가 나온 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지난달 31일에 이어 보름 만의 통화로, 북한이 9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괌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30분간의 통화 뒤 “미·일, 한·미·일이 긴밀히 연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무엇보다 미사일 발사 강행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고 국제사회가 일치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현재의 북한 정세에 대해 솔직히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한 걸 보면 고노 외상과 북한 이 외무상 사이의 대화 내용이 전화통화에서 언급됐을 가능성도 있다.

도쿄=오영환·윤설영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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