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13세 중학생과 사랑했다” ­… 31세 여강사 법정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2015년 3월 서울의 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당시 31세의 여성 강사 권모씨는 만 13세인 중학교 2학년생 A군을 수강생으로 만났다. A군에게 친근감을 표시해온 권씨는 그해 가을에 “만나보자” “같이 씻을까?”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18세 연하인 A군을 유혹했다. A군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들인 권씨는 네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검찰의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해 권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해당 강사 “키 180㎝ 성숙한 소년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가능” 주장 #“육체 성숙도, 죄의 경중 영향 못 줘” #법원, 1심 집유 깨고 2심서 실형

1심 재판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해 8월 권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권씨는 “서로 사랑해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성관계를 했다. 성적 학대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합의 3부(부장 김동진)는 지난 11일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권씨를 구속시켰다.

권씨는 재판에서 “피해자는 만 13세 소년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군이 1m80㎝가 넘는 키에 육체적으로 상당히 성숙했고, 선정적인 메시지를 보냈을 때 싫지 않은 내색을 했으며, 중학생들의 성관계 경험이 적지 않은 점에 비춰 중학교 2학년생의 성 경험이 큰 해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성숙한 상태의 아동인 피해자의 의사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핑계 삼아 자신의 성욕을 충족한 것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아동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적 정체성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발견해 나가며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상호관계를 조화롭게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아동복지법의 입법 취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육체적 성숙도는 범죄 성립이나 죄의 경중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성인을 처벌하는 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있다. 피해자의 연령이 13세 이상 19세 미만이면 전자를, 13세 미만이면 후자를 적용한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가해자가 성관계를 하기 위해 폭행·협박을 했다거나 최소한 위계·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자인 미성년자와 가해자가 둘 다 “사랑해서 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와 아동복지법 위반뿐이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아동’으로 규정한다.

임장혁·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