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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온돌방]"은퇴 후 '명함' 더 늘었죠" 자원봉사로 제2의 삶 사는 '은퇴자봉사회' 김진문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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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은퇴자봉사회 김진문(67) 회장은 2009년 직장에서 은퇴한 뒤 오히려 '명함'이 늘었다. 월요일에는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돌며 외래 식물을 뽑는 '환경 운동가', 화요일은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페이스 페인팅)을 그려주고 풍선 아트를 선보이는 '예술가'로 변신한다.

강동구 은퇴자봉사회 김진문 회장(맨 왼쪽)이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 외래 식물 제거 등 봉사활동을 마치고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강동구 은퇴자봉사회 김진문 회장(맨 왼쪽)이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 외래 식물 제거 등 봉사활동을 마치고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회원들과 함께 풍선 아트를 준비하는 김진문 회장.[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회원들과 함께 풍선 아트를 준비하는 김진문 회장.[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어르신들 앞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연주자' 대접을 받는다. 목요일은 천호 공원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요리사', 금요일은 몸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과 함께 산을 오르는 '등산가'로 활약한다.

강동구 은퇴자 봉사회의 은빛하모니봉사단은 매달 한 차례씩 경로당을 찾아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강동구 은퇴자 봉사회의 은빛하모니봉사단은 매달 한 차례씩 경로당을 찾아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강동구 일자산에서 열린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 행사장에서 안내를 돕는 김진문 회장.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강동구 일자산에서 열린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 행사장에서 안내를 돕는 김진문 회장.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1세(2016년 기준)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직장에서 은퇴한 후 남은 삶을 고민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100세 시대’에는 인생을 ‘얼마나’ 사느냐 만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2009년 정년퇴직 후 8년 째 봉사활동 지속 #재능기부·장애인 목욕 등 매달 30회 이상 참여 #"책임감·성실함 강한 분. 회원 신뢰 두터워" #'봉사 활동=자기 개발' 가능토록 기회 마련 #은퇴 후 봉사활동은 신체·정신 건강 도움 #"남은 인생 행복을 위해 봉사활동 참여를"

강동구 은퇴자봉사회는 은퇴 후 제2의 삶을 ‘봉사’로 계획한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300여명의 회원이 사회복지관·주간 보호센터·병원·공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환경 정화, 악기 연주, 행사 진행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봉사,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 중에서 특히 김진문 회장은 가장 '열정적인' 활동가로 꼽힌다. 매달 30회 이상 재가 노인 밑반찬 배달, 환경 정화, 장애인 목욕 봉사 등을 하면서 틈틈이 다른 회원이 참여하는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주고 부족한 일손을 거든다.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홍민주 주무관은 "8년간 함께 활동했지만, 봉사에 참여하는 모습은 처음과 지금이 한결같다"며 "그런 책임감과 성실함 때문에 회원들에게도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구 은퇴자봉사회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특별시 봉사상 우수상을 받았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강동구 은퇴자봉사회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특별시 봉사상 우수상을 받았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은퇴하기 전부터 제2의 인생은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종교적인 신념도 있었고, 어릴 적 저를 돌봐준 할머니에게 제대로 효도 한 번 못한 게 가슴에 남았었지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 봉사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될 일을 찾아 하나씩 실천하다 보니 어느덧 이만큼 많아졌네요

그는 봉사활동이 단순히 남을 돕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봉사활동만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데 매 주 고덕생태수변복원지를 찾아 쓰레기를 치우고, 외래 식물을 제거하는 봉사를 그는 '소풍'이라 부른다. "몸을 움직이면서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자연을 접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특히 은퇴자에게 봉사활동은 자기개발의 '무대'도 된다. 은퇴자봉사회에는 어르신들의 손톱정리나 손 마사지를 해주는 '네일아트봉사단', 하모니카 연주·교육을 진행하는 '은빛하모니봉사단' 실버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는 '예술공연원정대' 등 전문 봉사단 등이 활동한다.

은퇴자봉사회 예술공연원정대가 경로당에서 실버레크리에이션·마술 등의 공연을 선보인 후 어르신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은퇴자봉사회 예술공연원정대가 경로당에서 실버레크리에이션·마술 등의 공연을 선보인 후 어르신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강동구 자원봉사센터]

이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활동을 선택해 교육을 받고, 이를 발전시켜 재능기부 형태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김진문 회장도 이 곳에서 페이스페인팅·하모니카를 배워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5년 회장을 맡은 뒤에 센터와 협력해 오카리나·종이접기 등 교육 기회를 더 늘렸고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이 자기 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나 어르신에게 기쁨을 선물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지요

그는 은퇴 후 잃기 쉬운 신체·정신 건강을 봉사로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은퇴 후 잃기 쉬운 건강과 자긍심을 지켜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위해 봉사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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