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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따로, 제스쳐 따로”…야권의 대북 ‘달빛 정책’ 비판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두고 야권은 ‘갈지(之)자’ 횡보를 걷는다며 비판에 나섰다. 대북 제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등의 문제에서 청와대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말로는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면서 남북 군사회담에 매달린다. 강경화 외교장관도 북한 외무성과의 3분 만남에서조차 대화를 구걸했다”고 비판했다.

독일을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내 베어홀 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독일을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내 베어홀 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①제재 국면이라면서…=북한의 연이은 도발마다 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지시한 직후 남북군사회담 및 남북적십자회담 제안, 평창 겨울 올림픽 참가 제안, 북한의 인구 시범조사에 600만 달러 지원 검토 등을 ‘당근’을 꺼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자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맞불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튿날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에서는 로동신문을 통해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냉소했지만, 정부는 일주일 후 남북군사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북한은 지난 7월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7월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8일 두 번째 ICBM 발사 실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외교부는 이튿날 “이산가족 상봉과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에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6일 강경화 장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남북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 등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 핵·미사일 도발 중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②임시배치한다던 사드는 또 지지부진=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 2차 시험 발사 직후 즉각 추진하기로 했던 사드 배치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전자파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멈춰섰다.

10일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자파 측정 등을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

10일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전자파 측정 등을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

10일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환경영향평가 현장검증 계획도 중단됐다. 국방부 측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과의 추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추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오락가락하는 청와대도 걱정이고 횡설수설하는 국방부 장관도 참 걱정”이라며 “그래서 결국 사드 배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국민들이 안보 걱정 없이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③민간 전단 배포도 금지=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를 법적으로 막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의 ICBM 1차 시험발사 직후였다. 당시 미사일 발사 후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었다.

북한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대북 심리전 수단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한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쪽을 향해 날리는 모습.  [중앙포토]

북한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대북 심리전 수단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한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쪽을 향해 날리는 모습. [중앙포토]

이와 관련해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대북전단은 ‘총알보다’,  ‘대포보다’ 강력한 무기로 알려졌다. 그런데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한국의 대통령이 이를 막을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니 귀를 의심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④안보 튼튼히 한다면서 자주국방 강조=문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것도 명분은 맞지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문 대통령이 신임 군 수뇌부 진급 보직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주 국방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되는 입장에서 과연 무엇으로 자주국방을 하겠다는 건지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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