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사이트] 달 탐사 1단계 계획 2년 늦추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한때 5년 앞당겼던 달 탐사계획 목표 시점이 다시 뒤로 미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9일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달 탐사 1단계 사업 개발기간을 2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2016년부터 내년(2018년)까지 3년간 진행하기로 했던 개발기간을 2020년까지 늘린다는 뜻이다.

정부, 우주선 개발 2020년까지로 #예산 삭감, 발사체 시험 연기 겹쳐 #박근혜 정부 때 5년 당겼다 제자리

달 탐사 프로젝트는 1단계와 2단계로 구분하는데 원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달 탐사계획을 수립했던 2007년엔 목표 완료 시점으로 1단계 2020년, 2단계 2025년을 제시했다.

‘1단계 사업’은 우주선(궤도선)을 만들어 달 궤도에 올리는 게 목표다. 한국이 지구 궤도에서 벗어나 우주를 탐사하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달 궤도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달까지 가는 비행 방법과 기술을 지원받는 대신에 NASA가 원하는 탑재체를 궤도선에 실어주기로 했다.

관련기사

궤도선을 쏘아올린 다음엔 우주선(착륙선)을 달 표면에 올려놓는 게 목표다. 착륙선은 일단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역추진해 달 표면에 착륙해서 ‘탐사차(rover)’를 내려놓는데, 이를 ‘2단계 사업’이라고 한다. 1단계와의 차이는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 등 6개국만 성공했다.

한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2020년 달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공약하고, 2013년 정부가 140개 국정과제 중 최상위(13번째) 추진과제 중 하나로 달 탐사를 포함했다. 원래 계획을 5년 당겨 2020년까지 2단계 사업을 끝내라는 내용이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 삭감에 올해 말로 예정됐던 발사체 로켓 엔진 시험 발사 연기 등 여러 요인이 겹쳤다. 과기정통부 전문가 점검위원회(위원장 방효충 KAIST 교수)가 “위성 개발도 5~8년이 걸리는데 달 탐사 1단계 사업을 3년 만에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개발기간을 2년 연장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배경이다.

배태민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달 탐사 프로젝트는 어떤 일이 터질지 예측하기 힘들어 1단계 사업이 추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올 하반기 2단계 사업 추진 일정이나 착수 시점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달 탐사계획이 미뤄지긴 했지만 한국의 우주 개발 전반의 기술 수준은 높은 편이다. 1990년대 초반 시작해 선진국에 비해 30~40년 늦었지만 빠르게 따라잡아 특히 위성 개발 분야는 세계 6∼7위권으로 꼽힌다. 특히 지구 저궤도 위성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저궤도 위성은 99년 다목적 실용위성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고해상도 광학위성인 2호와 해상도 1m급 미만의 3호, 적외선 센서가 추가된 3A호, 레이더위성인 5호까지 발사해 운용 중이다. 적도 상공 고도 3만5786㎞의 정지궤도위성 기술도 꾸준히 향상됐다.

반면에 발사체 분야는 부족한 실정이다.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도입하면서 중대형 엔진 등 우주발사체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과제로 남았다. 이에 따라 1.5t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성능의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독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 우주개발 연표

1989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설립
1992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가이아나)
2006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 체결
2008 한국 최초 우주비행 참가자 이소연, 국제우주정거장서 11일간 체류
2013 한국, 나로호 성공적 발사로 세계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

최준호·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