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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개가 물었어"…반려견 때문에 다투다 살인미수 혐의받은 남성 '무죄' 판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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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개에게 다리를 물렸다며 이웃주민을 아파트 15층에서 밀어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배심원 8:1로 무죄 의견…법원 "살해 의도 증명 안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는 9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46)씨에 대해 배심원단의 의견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8일부터 이틀간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등을 진행했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의 같은 층에 살던 박씨와 A(59·여)씨는 지난해 A씨의 애완견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 박씨가 “당신의 강아지에게 정강이를 물렸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은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혔다.

지난 4월 아파트 복도에서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였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사과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A씨를 양 팔로 들어올려 아파트 복도 난간 밖으로 떨어뜨리려 했다. A씨가 발버둥쳐 위험에서 벗어나자 다시 들어올리려던 중 한 이웃이 목격해 제지됐다.

해당 사진은 이 사건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해당 사진은 이 사건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재판에서 박씨는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개가 시끄럽게 굴어서 혼내주러 간 것이다”며 “개가 A씨 뒤에 있어서 개쪽으로 가다가 A씨와 어깨가 닿아 넘어졌고, 이후 일으켜 세우려고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씨의 전 직장 동료는 “박씨가 25㎏정도의 박스를 싣는 일을 하다가 힘이 약해 일을 그만뒀다”고 증언했다. 박씨의 변호인은 “25㎏짜리 물건도 쉽게 들지 못하는 피고인이 어떻게 45kg 되는 피해자를 들어 던지려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두 집을 오가며 양쪽 이야기를 들었던 사회복지사는 “A씨는 경찰이 알 정도로 다툼과 민원이 많은 사람”이라며 A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배심원 9명 중 8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 나온 피해자와 목격자, 경찰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씨가 살해 의사를 갖고 복도 난간쪽으로 A씨를 끌어올렸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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