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위협을 계속하면 화염과 분노, 현 세계에선 본 적 없는 힘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후 3시(한국 9일 오전 4시) 휴가지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카메라를 향해 팔짱을 낀 채 “북한은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며 두 번 연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해 “그는 아주 위협적이며 정상 상태를 벗어났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 “북한이 핵무기 공격을 막기 위한 예방전쟁도 옵션에 포함돼 있다”고 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이에 북한도 3시간 후 탄도미사일부대인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으로 (미국령)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북한 노동신문이 6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에 “미국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에 빠져들 것”이라고 한 후 북미 간 발언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최고조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 도중 이례적으로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① 미 본토 사거리 ICBM+핵탄두 소형화, 북 레드라인 넘었다 #②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으로 한계…중국 동참 압박용 #③ 취임 200일 지지율 38% 정치적 위기 타개카드 분석도 #
이날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했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고도 60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자 미 국방정보국(DNI)의 비밀 보고서를 인용한 이 신문의 보도는 “핵탄두 소형화에 수년은 걸릴 것”이란 기존 정보평가를 뒤집은 것이다. CNN방송 등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ICBM 사거리를 늘린 데 이어 핵탄두 소형화까지 성공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당선자 신분일 당시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국 본토 일부라도 닿을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대북 제재가 갖는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많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통과시킨 제재 결의안은 북한 원유봉쇄가 빠진 반쪽짜리 제재인 데가 북한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동참없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 다소 비전문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평양은 물론 베이징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된 강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취임 200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8%까지 떨어지며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타개책으로 북한 카드를 활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북 군사행동엔 현실적 제약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미국 의회부터 반대하고 나섰다.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나와 “행정부가 한반도에서 선제전쟁을 군사옵션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면 헌법 1조에 따라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미 국민을 심각한 대결로 끌고 가는 매우, 매우,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은 CNN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인명살상과 파괴가 벌어질 것”이라며 “3만명의 주한미군뿐 아니라 수십만명의 미국 시민, 수백만명의 한국 시민이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