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피하고 면목없다" 전두환 비판한 허지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왼쪽)]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왼쪽)]

8일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SNS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7일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온 표적겨냥 사격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왜곡)정도가 지나치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그는 “아무런 법적 정당성이 없는 시민이 무장하고 무기고를 습격하고 간첩들이 수용된 교도소를 습격하고 군수 공장을 습격했다. 장갑차나 사병들을 빼앗아서 그걸로 무기고 습격하고 한 것을 폭동 아니고 뭐라고 하겠느냐”면서 “518 당시 벌어졌던 그 상황과 사건 자체는 폭동인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영화 &#39;택시운전사&#39; 스틸 이미지]

[사진 영화 &#39;택시운전사&#39; 스틸 이미지]

다음날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자신의 SNS에 미국 담배 회사의 사례를 들며 민 전 비서관의 발언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 담배회사들에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의심”이라며 “담배를 피운다고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란 아주 작은 의심을 대중에 심는 것만으로도 담배 회사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고 적었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해 전두환 씨가 사용하는 방식도 이와 같다”며 “그와 그의 측근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동이다’와 같은 말을 사람들 속에 툭 던져 놓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웃어넘기거나 화를 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말은 작은 불씨로 작용한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뒤집지는 못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의 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

[사진 허지웅 인스타그램]

다음은 허지웅이 SNS에 올린 글 전문

미국에서 담배 회사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있다. 이들은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담배는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대응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의심이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 거라는 아주 작은 의심 말이다. 그걸 대중에 심는 것만으로 담배 회사는 현상을 유지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해 전두환 씨가 사용하는 방식도 이와 같다. 그와 그의 측근들은 오늘처럼 “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동이다”와 같은 말을 사람들 속에 툭 던져 놓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웃어 넘긴다. 혹은 화를 낸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말은 작은 불씨로 작용한다. 그걸로 충분하다. 역사적 사실관계를 뒤집지는 못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의 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죄인이 죄값을 온전히 치르지 않고 오래도록 많은 것을 누리며 기사에 오르내리는 걸 보고 있으니 창피하다. 예전 같으면 화가 났을 텐데 이제는 그냥 부끄럽다. 그렇게 큰 죄를 지어도 표현의 자유를 누려가며 멀쩡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다음 세대들에게 면목이 없다. 부끄럽고 창피하며 면목이 없다. 이렇게 되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