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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옵션 거론되는 예방전쟁..."전면전 초래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함께 걷고 있다. [플로리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함께 걷고 있다. [플로리다 AFP=연합뉴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격앙된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예방전쟁(Preventive war)’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장서 연기를 피우는 곳은 백악관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예방전쟁 가능성을 질문 받고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을 말하느냐”고 되물은 뒤 "물론이다"고 확언했다. 이어 그는 “만에 하나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들을 가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방전쟁 또는 예방공격은 현재 적대 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상대국의 공격력을 먼저 제압하는 군사작전이다. 그런 점에서 도발 징후가 임박했다는 판단 아래 사전에 공격하는 개념인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과 구분된다. 가령 핵·미사일 기지 등 원점을 파괴하는 우리 군의 킬체인(Kill Chain) 계획이 선제타격에 해당한다. 북한군의 도발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군은 고고도정찰기와 주한미군이 제공하는 정찰위성 정보 등을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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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핵 시설 . 미국 스탠퍼드대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일행이 2008년 2월 영변을 방문해 찍은 원자로 건물 .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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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공격은 1993~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이 실제 검토했던 시나리오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 공습(오페라 작전)을 모델로 삼았다. 외과의가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하듯 북한 영변 핵시설을 원포인트 공격(surgical strike)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면전으로의 확전 가능성과 당시 김영삼 정부의 반대로 공습 계획은 철회됐다.
실제 예방전쟁이 전면전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이 석유 수송로를 차단하자 미국과의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다. 항공모함 등 미군의 전략자산이 집중된 진주만을 파괴해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미 해·공군력을 완전히 꺾지 못했고 태평양전쟁을 초래해 패망의 길을 걷게 됐다.

예방전쟁의 정당성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이라크를 공습하면서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미군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WMD 개발 증거를 찾지 못해 국제적인 비난을 초래했다.

지난 2004년 11월 이라크 주둔 미군이 이슬람 수니파 저항세력의 거점 도시인 팔루자 진격 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탱크등 기갑부대를 앞세운 미군 1사단 병사들이 팔루자 외곽에서 저항세력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팔루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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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북한의 도발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예방전쟁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예방전쟁을 준비한다면 당장 병력의 이동배치나 한반도 내 자국민 보호 조치, 여행 자제 등 징후가 나올 텐데 현재까진 포착되지 않는다”면서 “화성-14의 시험 발사 단계에서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실행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미국 위협 핵무기 가지면 용납 못 해" #적대 행위 없어도 잠재적 위협 판단해 공격 #도발 징후 포착해야 행하는 '선제타격'과 달라 #클린턴 때 영변핵시설'예방공격' 만지작…확전 우려 철회 #일본의 진주만 공습, 미국의 이라크전 등이 예방전쟁 사례 #"지금은 병력 이동, 자국민 철수 등 예방공격 사전조치 없어" #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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