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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대 'AI 비서' 출시…AI 스피커 대중화 한 발 더 성큼

중앙일보

입력

"AI(인공지능) 스피커도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세요."

SK텔레콤이 8일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 미니'의 모습.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8일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 미니'의 모습.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8일 휴대할 수 있는 AI 스피커 '누구 미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건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대중화' 전략이 녹아 있어서다.

그간 'AI 스피커는 나만의 비서'라고 알려졌지만 집 안에서만 쓸 수 있을 뿐 외부에서는 사용이 제한됐다. SK텔레콤은 누구 미니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내장형으로 제작했다. 소비자들의 일상 생활 속을 파고들기위해서다. 국내에서 이같은 제품이 나온 건 처음이다. 공공 장소에서 와이파이에 연결하거나 핫스팟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바로 쓸 수 있다. 아마존(에코닷2)과 KT(기가지니) 등 기존 AI 스피커들 대부분은 어댑터를 연결해야만 구동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휴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크기도 대폭 줄였다. 머그컵만한 크기에 무게도 219g에 불과하다. 1㎏이 넘는 '누구'의 5분의 1 수준이고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닷2'(163g)보다 약간 더 무거운 수준이다. SK텔레콤 측은 "'누구'가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에게 두루 도움을 주는 기기를 지향했다면 '누구 미니'는 가족 개개인의 독립된 공간은 물론 외출 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됐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이 8일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 미니'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이동형 AI 기기'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8일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 미니'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이동형 AI 기기'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다. [사진 SK텔레콤]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추가됐다. 근처 은행(KB국민ㆍKEB하나은행) 지점의 대기 고객 수를 확인할 수 있고 근처 극장의 영화 상영 정보도 검색할 수 있다. 고객이 "심심해", "나랑 놀아줘"라고 얘기하면 '누구'는 게임과 퀴즈도 던진다. 정보 검색사 역할은 물론 말동무 역할까지도 가능한 것이다.

'누구 미니'는 오는 11일부터 전국 SK텔레콤 대리점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출고가는 9만9000원이지만 3개월간 한시적으로 4만9900원에 판매된다. SK텔레콤 측은 '누구 미니'의 목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작 '누구'의 누적 판매량(13만대)을 단시간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1일 자체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를 국내 출시한다. 음성 인식을 통해 간단한 대화는 물론 뉴스, 음악 추천, 검색, 외국어 번역 등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9월말 '카카오 미니'를, LG유플러스와도 연내에 AI 스피커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AI 스피커 출시 경쟁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치열하다. 전세계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 1위는 아마존의 '에코'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다. 누적 판매량이 500만대에 달한다.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린 '누구' 보다 30배 가량 많다.

애플이 12월에 출시할 예정인 AI 스피커 '홈팟'은 모토가 '가정 음악의 재발견'일만큼 스피커 기능 본연에 더 충실하다. 우퍼가 탑재돼있고 소형 스피커 7개가 내장돼 강력한 사운드를 낸다. 4000만곡 이상을 보유한 애플 뮤직과 연동되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결해서 집안에 조명이나 가전 제품 등도 조작할 수 있다. 미국ㆍ영국ㆍ호주에 우선 출시되는 홈팟은 높은 가격(349달러ㆍ약 39만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IT 기업 샤오미도 애플과 비슷한 시기에 AI 스피커 '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44달러(약 4만9000원)으로 샤오미가 내세우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내로라 하는 IT 기업들이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AI 플랫폼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AI 스피커가 지금 당장은 활용도가 높지 않더라도 사물인터넷(IoT)과 AI 관련 제품을 연결시키고 구동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할 기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AI 스피커는 높은 음성 인식률, 금융ㆍ쇼핑 등 각종 연관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각 사가 보유한 각종 IT 신기술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이기도 하다.

AI 스피커 판매를 통한 매출 상승보다는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구 미니'는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 '에코'를 200달러(약 22만5000원)에 판매했던 아마존은 후속작 '에코닷'을 50달러(약 5만6000원)에 출시하면서 고객 확대에 나섰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본부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디바이스에서 수익을 남길 생각은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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