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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할 인물, 회색분자…"MBC 기자 성향분석표 문건 확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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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기자 성향분류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카메라기자 성향분류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MBC 내부에 기자들의 성향을 분류한 성향 분석표, 즉 'MBC판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노조 MBC본부 "카메라기자 성향분류 문건 2건 확보" #문건엔 '보도국 밖으로 방출 필요', '격리 필요' 표현도 #언론노조 MBC 본부 측 "이번주 내로 검찰 고소할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8일 "카메라기자 65명을 대상으로 기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기록해놓은 문건을 최근 확보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각각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으로 파일 정보 기준으로 2013년 7월 6일 작성됐다. 당시는 김장겸 현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이자, 그해 3월 물러난 김재철 사장의 후임으로 김종국 사장이 부임한 직후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이 문건에 따르면 문건은 카메라 기자들을 네가지 표시, 즉 ☆☆·○·△·✕로 나누고 있다. 각 표시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 (6명) :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영상취재 PD 등 구조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
○ (19명) :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의카메라기자 시스템의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 못한 이들
△ (28명) :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 (12명) :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문서 작성 당시 재직 중이던 MBC의 카메라 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뒤 4개 등급으로 분류했고 이를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또 다른 문건 '요주의인물 성향'은 일부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자세히 적고 있다. 등급은 ✕, ▲, ○이다. X 등급은 '지난 파업의 주동계층으로 현 체재 붕괴를 원하는 이들'로, ▲ 등급은 '기존 노조의 영향 하에 있는 회색 분자'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X등급의 인물의 경우 '의욕상실과 원래 본인의 능력부족과 게으름으로 영향력 상실',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주요 관찰 대상'이라고 표현하는 등 인산공격성 표현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추후 보도국 이외로 방출 필요', 혹은 '추후에도 주요부서에서 격리 필요'와 같은 표현도 나온다.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개인 욕심이 많아 기회시 변절할 인원'이라는 표현도 있다.

카메라기자 성향분류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카메라기자 성향분류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블랙리스트가 지휘 계통을 거쳐 당시 인사권자이던 박용찬 취재센터장, 김장겸 보도국장에게 보고됐을 개연성이 높다"며 "실제로 부서배치와 승진 등 인사 조치가 이 문건들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른 구성원이 아닌 카메라기자가 성향 분석표의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MBC 경영진은 오래 전부터 카메라기자들을 노동조합에 몸 담아서 자기 기득권 지키려는 사람들로 분류하고 낙인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보복 인사 수준을 넘어 카메라기자 조직을 아예 해체시켰다"며 "2012년 8월 17일 카메라기자들이 소속돼있던 영상취재1부 및 2부, 시사영상부, 스포츠영상부 등 부서 자체를 폐지해 20여개 부서로 분산 배치됐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르면 오는 9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허유신 홍보국장은 "문건 작성자는 사실상 특정돼 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자세히 확인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8일 오전 10시쯤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노조 MBC 본부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MBC 측 관계자는 "정체불명의 '유령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하고 경영진과 간부들의 명예를 훼손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형사 및 민사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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