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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3 복지혜택 안줄이면 파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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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다음달 중순께 타결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3대 자동차회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노사 협상안이 미 자동차업계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간경제지 비즈니스위크(BW) 최신호(9월 1일자)가 경고했다.

BW는 미국 빅3 업체가 향후 4년간 고용.연금.의료보험 혜택 등을 별로 손대지 않는 내용으로 노조와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앞으로 10년 안에 일부 자동차회사는 심각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거나 심지어 파산할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 빅3 업체는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떨어지고 기업연금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 시장 내 외국자동차의 점유율은 1980년대 중반 24%에서 현재 40%로 높아졌다.

게다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과잉설비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자동차업계의 생산능력은 수요를 30%나 초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드자동차는 2001~2002년 6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미국 사업부문인 크라이슬러는 지난 2분기에만 11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본업인 자동차 판매보다 금융부문의 이익에 힘입어 겨우 흑자를 내고 있다. GM의 금융부문 이익은 2분기에 자동차부문 이익의 세배 규모였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기업연금 적자와 의료보험 비용 부담도 커졌다. 포드의 경우 연간 28억달러가 의료비로 지출되며, 이 가운데 70%가 이미 회사를 떠난 퇴직자몫이다. 반면 일본 자동차업체는 젊고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직원의 고용을 늘리며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빅3의 연금적자 규모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자동차 회사의 연금 손실이 4백억달러가량 적게 계상됐다며, 실제로는 현재 추정치의 배를 넘을 것이라는 골드먼 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BW는 이번 노사 합의가 예상되는 수준으로 이뤄질 경우 10년 안에 철강.항공업계처럼 미국 자동차업계도 파산하거나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며, 어느 경우든 회사는 물론 노조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임금과 연금.의료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 업체들이 중국 등 해외로 나가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BW는 회사와 노조 모두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도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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