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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주말이면 1만명 모이는 출판도시 '지혜의 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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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도시는 늘 한적하다. 책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편집자들은 뜨거운 가슴, 밝은 눈으로 책상에 앉아 원고를 읽는다. 그래서 하나하나 모두 특색있는 출판사 건물들은 한낮에도 조각공원의 작품 같이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있는 '지혜의 숲' 주변은 발길이 분주하다. 지난 2014년 6월에 문을 열어 3년을 넘긴 이 독특한 도서관에는 주말이면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여름방학인 요즘에 특히 많은 이들이 찾아와 책 속에서 더위를 잊는다. 지혜의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천장에 닿은 높다란 서가가 책의 숲 같다.

지혜의 숲에 들어서면 인적조차 드문 출판도시와 너무 다른 풍경에 놀란다.

지혜의 숲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일반 도서관과 다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빠는 PC로 글을 써도 된다. 열람실 가운데의 카페에서 파는 커피와 빙수를 먹어도 상관없다. 어린아이가 칭얼거려도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다. 적당한 소음이 있지만 소란하지는 않다.

주말 오후가 되면 자리가 부족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열람석이 된다.

아기는 팔베개하고 누웠지만, 책을 보는 눈만은 초롱초롱하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빠는 사진을 찍는다. 지혜의 숲은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한 가족이 오붓하게 조용한 구석 자리를 차지했다.

지혜의 숲 소장 도서는 약 20만권이다. 학자나 장서가들이 기증한 것, 50여 출판사가 설립초기부터 현재까지 출판한 책을 기증한 것, 대형 서점이나 책 유통센터가 기증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용자는 이런 책을 개가식 서가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다. 3년간 없어진 책은 100여권 정도라고 한다.

책을 고르기 힘들면 지혜의 숲에 상주하는 '권독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권독사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일한다. 그들은 지혜의 숲의 수호천사다. 권독사로 일하고 싶으면 지혜의 숲 홈페이지(forestofwisdom.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지혜의 숲은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운영시간이 모두 다르다. 지혜의 숲 1은 10:00~17:00, 지혜의 숲 2는 10:00~20:00, 게스트하우스 1층 로비(위 사진)의 지혜의 숲 3은 24시간 개방한다.

현재 열람실에 고풍스러운 타자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레밍턴, 언더우드, 공병우 등 다양한 기종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다.

도서관이라고 해서 책만 읽지는 않는다. '북유럽아트 가족 워크숍' 풍경이다.

작가 한호의 영상미디어전 '영원한 빛'이 8월 31일까지 다목적홀에서 전시중이다.

지혜의 숲을 나서면 다시 한적한 출판도시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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