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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장사정포 쏘면 바로 원점 파악해 반격한다…대화력전의 눈 ‘대포병 탐지레이더-II’ 연구개발사업 완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포병 탐지레이더-II. [자료 방사청]

대포병 탐지레이더-II. [자료 방사청]

 방위사업청은 3일 대포병 탐지레이더-II 연구개발 사업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대포병 탐지레이더-II는 2011년 11월부터 약 540억 원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 4월 시험평가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내년부터 전방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 레이더는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다량으로 배치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핵심 무기 체계다.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쏠 경우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한 뒤 비행 궤도를 역추적해 장사정포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을 갖췄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휴전선 인근에 지하갱도를 판 뒤 이곳에 장사정포를 배치했다. 이를 무력화하는 게 대(對) 화력전이다. 군 당국은 개전 초 육군 화력의 최우선 공격 목표를 북한의 장사정포를 파괴하는 데 두고 있다. 전쟁 개시 한 시간 만에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 장사정포의 90%를 격멸하고, 사흘 안에 전체 장사정포의 70%를 무력화하는 게 목표다.

 북한은 포병전력을 엄청나게 키웠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야포 8600여 문, 방사포 5500여 문, 300㎜ 방사포 1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의 포병전력은 야포·다련장포를 합해 5900여 문에 불과하다. 북한이 이처럼 포병을 중시한 이유는 옛 소련식 군사교리의 영향 때문이다. 스탈린은 ‘포병은 전쟁의 신’이라고 불렀다. 소련군은 대량 포격으로 적 전선에 구멍을 먼저 뚫은 뒤 이곳에 기갑병력을 밀어넣는 전술을 만들었다. 게다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포병덕후’로 유명하다. 북한은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를 졸업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우리 군은 1994년 3월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미제 대포병 레이더를 긴급히 전력화했다. 2004년 한·미 합의에 따라 대화력전 임무를 우리가 주도하게 되면서 관련 분야에 집중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화력전의 핵심은 ‘눈’와 ‘주먹’이다. 우선 목표를 탐지하는 눈은 대포병 레이더와 무인정찰기(UAV)가 있다. 그리고 목표물을 공격하는 주먹으론 포병전력과 공군전력을 활용한다.

대포병 탐지레이더-II 운용 개념도. [자료 방사청]

대포병 탐지레이더-II 운용 개념도. [자료 방사청]

 ◇대화력전은 이렇게 진행=북한이 장사정포를 발사하면 대포병 탐지레이더가 그 위치를 찾아내 지휘소에 제공한다. 지휘소는 목표물을 포병전력과 공군전력에 적절히 배분한다. 상공에서 대기 중인 무인정찰기는 사격 결과를 알 수 있도록 지휘소에 실시간으로 북한 장사정포 진지의 영상을 전송한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아직 대포병 탐지레이더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력전 능력이 우리 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군의 대포병 탐지레이더는 북한군 표적 리스트 가운데 상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난 2014년 4월 서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한 우리 군의 대포병 탐지레이더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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