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부자엔 자유, 서민엔 기회” 신보수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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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오른쪽)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혁신선언문을 통해 당의 새로운 가치로 ‘신보수주의’를 제시했다. 가운데는 김영호 혁신위원, 왼쪽은 이옥남 대변인. [조문규 기자]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오른쪽)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혁신선언문을 통해 당의 새로운 가치로 ‘신보수주의’를 제시했다. 가운데는 김영호 혁신위원, 왼쪽은 이옥남 대변인. [조문규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2일 당의 쇄신을 이끌 청사진을 담은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서민중심경제·대의민주주의 등을 담은 ‘신보수주의’를 내세우면서다. 혁신위는 신보수주의를 "부자에게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국민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과 친박 청산 등 민감한 사안은 선언문에서 제외됐다.

혁신위 "계파정치로 야당 전락” #친박 청산에 대해선 언급 안 해 #"1948년 건국” 건국절 논란 부를 듯

혁신위는 당 상황에 대해 “한국당의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적 타락은 자유민주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총선 공천 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로 이어졌다”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시하고 자기 혁신에 모든 노력을 경주할 때”라고 평가했다.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의 청사진은 신보수주의다. 혁신위는 신보수주의 가치로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을 들었다.

이번 혁신위의 선언문은 이념적 우클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사관의 경우도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라며 건국절 논란을 예고했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광장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촛불 민심을 다수의 폭정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낡은 보수의 장송곡”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수구 퇴행 선언문”이라는 논평을 했다.

다만 당초 논란이 됐던 ‘서민중심경제’라는 표현은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며 혁신위원에서 사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와 친박 계파 청산 등의 내용은 담지 않았다. 대신 “계파 정치라는 구태(舊態)를 극복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야당으로 전락했다” “이념과 조직의 재정비에 상응해 대대적 인적 혁신과 인재 영입 또한 이뤄야 한다”고만 언급됐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부분은 앞으로 인적 혁신을 다룰 때 자연스럽게 나올 부분”이라며 “선언문에는 혁신에 있어 주요 가치를 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혁신선언문 발표를 기점으로 혁신·통합·수권 등 분야별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혁신위의 혁신안이 얼마나 동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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