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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나운서들이 밝힌 '우리가 TV에서 사라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눈물을 흘리는 오상진 MBC 전 아나운서. [사진 MBC 방송 캡처]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눈물을 흘리는 오상진 MBC 전 아나운서. [사진 MBC 방송 캡처]

MBC 아나운서들이 브라운관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2일 PD 저널은 MBC 아나운서들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아나운서들은 "회사로부터 단순히 마이크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회사 업무에서) 철저하게 배척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파업 이후 문지애·오상진 등 아나운서 11명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경영진들은 나가면 고마워했다고 한다. 수많은 아나운서가 자리를 떠나면서 그 자리는 2년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대신하게 됐다.

방송에서 밀려난 이들은 여러 부서를 거쳐 주조정실, 사회공헌실 등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다. 특히 입사 31년 차 강재형 아나운서(87사번)는 기술 업무인 주조정실에 5년째 있다. 교대근무인 주조정실은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파업 전까지는 길어야 1년 정도 순환하는 부서였다고 한다. 부당전보를 당한 이들은 "아나운서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왔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인사 고과에서도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부서에서 일을 열심히 해도 최저 등급인 'R등급'을 받았다. 이 모든 게 해고를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MBC 사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업적 평가에서 3회 이상 I등급(2016년 이전 R등급 포함)을 받은 자는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회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최율미 아나운서(92사번)는 세 번 연속 R등급을 받고 정직 징계를 당했다.

전보 발령도 고의적이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거주지와 반대되고 먼 곳으로 인력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집이 일산이면 용인으로 발령이 나고 양재에 사는 사람은 일산으로 가게 되는 형식이다. 또, 전보 발령은 당일 날 통보됐다고 한다.

MBC 아나운서들은 인터뷰에서 "안에서 진짜 열심히 싸웠다"며 "MBC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MBC 아나운서들은 '그럼에도 MBC를 떠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회사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재형 MBC 아나운서. [사진 강재형 아나운서 블로그]

강재형 MBC 아나운서. [사진 강재형 아나운서 블로그]

내가 MBC에 있는 동안 내가 알았던 MBC, 내가 알았던 아나운서 식구들의 분위기를 요만큼이라도 살려놓고 가고 싶다" -강재형 아나운서

허일후 MBC 아나운서. [사진 MBC]

허일후 MBC 아나운서. [사진 MBC]

나는 그나마 멋있었던 MBC를 다녀본 마지막 세대다. 적어도 후배들에게 'MBC는 원래 이런 곳이었어' 하고 한번은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크다" -허일후 아나운서

신동진 MBC 아나운서. [사진 MBC 노동조합 공식 트위터]

신동진 MBC 아나운서. [사진 MBC 노동조합 공식 트위터]

입사할 땐 최고의 회사였고, 아나운서들이 가장 들어오고 싶어 하는 방송사가 MBC였다. 다시 돌아가서 선후배들과 함께 그렇게 생활하고 싶다는 게 가장 크다. 함부로 나가지 못 한다" -신동진 아나운서

손정은 MBC 아나운서. [사진 MBC]

손정은 MBC 아나운서. [사진 MBC]

11년 전 처음 들어왔을 때, 너무나 찬란했던 영광스러운 MBC를 잊지 못하고 짝사랑하는 것처럼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손정은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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