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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 다운 당하고도 "14방 신기록"|"주먹보다 텃세가 더 맵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장정구(24)가 홈디시전(텃세판정)에 의해 14차 방어의 신기록을 세우며「상처뿐인 영광」을 안았다.
프로복싱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장정구는 13일 대전 충무 체육관에서 벌어진 12회 타이틀전에서 지명도전자인 동급2위 「이시드로·페레스」(27·멕시코)에 한차례 다운을 빼앗기는 등 시종 클린치 작전으로 버틴 끝에 석연치않은 3-0 판정승을 거두었다.
판정의 물의를 빚었지만 장정구는 이로써 이 체급에서 일본의 「구시켄·요코」가 세운 동급 종전 최다방어기록(13차)을 경신했다.
3명의 부심중 미국인「모레티」는 1백15-1백13,「윌리암스」는 1백14-1백13, 일본인 「타케아키」는 1백17-1백13으로 모두 장의 우세로 채점했다.
그러나 장정구는 이날 1회초 「페레스」의 왼손-훅을 머리에 맞고 다운되고 8회 오른쪽 눈꺼풀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며 시종 고전, 홈링에 의한 승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타케아키」부심의 경우 장이 그로키 상태로까지 몰렸었던 12회전에서도 10-10으로 동점을 매기는등 상식밖의 채점으로 프로복싱의 한심한 단면을 보였다.
이날 경기 후 「패딜라」주심 (미국)이 장의 손을 치켜올리며 승리를 선언하자 일부 관중들은 『우』하는 야유를 보냈고 「페레스」 측은 경기결과를 WBC에 제소하겠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장정구측은 이날 심판이 모두 WBC가 임명한 제3국인으로 전원일치의 판정을 보았기 때문에 이의 제기는 의미가 없다며「페레스」 측의 항의를 일축했다.
장정구는 이날 1회 다운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2회 이후 시종 껴안거나 바짝 붙어 짧은 좌우 훅으로 「페레스」의 복부공격에 치중했으나 결정타를 터뜨리지 못한 채 근래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지난 83년3월 「일라리오·사파타」(파나마)를 3회 KO시켜 챔피언에 올랐던 장은 11차부터 13차 방어전까지 연속 KO승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바 있으나 이번 대전을 앞두고 불면증·다리부상등으로 당초 9월로 예정된 경기를 2차례나 연기하는등 난조를 보이기도 했었다.
장은 이날승리로 프로통산 35승 (15KO) 1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14차 타이틀 방어까지 5KO·9판정승을 올렸다.
이번 경기 대전료로 장은1억2천만원,「페레스」는1만5천달러 (약1천2백만원) 를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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