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가닥잡혔지만 여전히 의문스러운 과정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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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와 과정에 납득이 안 된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이 1일 한 토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조속히 ‘임시 배치’하도록 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서다.

우선 드러난 건 지난달 28일 국방부가 사드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공언했고 당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2차 발사 시험을 하자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임시 배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10~15개월 걸리는 일반환경영향평가로 사드의 연내 배치가 물 건너갔다가 15시간30분만에 조속한 배치로 바뀐 듯 보였다.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문규 기자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문규 기자

여기에 30일 청와대 발표로 “문 대통령이 26일 북한의 마사일 발사 징후를 보고 받았다”, 31일엔 국회 국방위에선 “사드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 전자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게 24일 환경부에 보고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①전자파 0은 왜 발표 안 했나=전자파는 사드 반대 진영의 오랜 명분이었다. 전자파가 ‘0’이라면 반대할 명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경부에 보고됐다는 게 그날이고 국방부는 한 달 전쯤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발사대 반입 사실을 누락했다가 혼쭐났던 국방부다. 그럼에도 송영무 국방장관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의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송 장관이 그리 말했을 수 있다”고 봤다. 청와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어떻든 일반환경영향평가로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②사전에 임시 배치 카드 염두에 있었나=송 장관은 “29일 새벽에 열린 NSC에서 조속 배치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국방부 차원에선 카드로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도발이 임박한 시점에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의아해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진짜 도발을 예상한 게 맞느냐”고 묻기도 한다.

③외부의 힘 있나=청와대와 국방부는 ‘임시 배치’라고 주장하지만 사드 철회는 없다고 공언해온 만큼 사실상 배치가 다를 바 없다는 게 다수설이다. 이는 문 대통령 등이 강조해온 절차적 정당성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힘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사실상 미국의 집요한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며 “하루 만에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건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 국방위원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강한 불만을 피력한 게 입장 선회의 배경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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