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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택트 잘 못하는 나…혹시 사회불안장애?

중앙일보

입력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말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잘 쳐다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최근 한 실험에서 드러났다. [사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말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잘 쳐다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최근 한 실험에서 드러났다. [사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

불안장애의 한 유형인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환자들이 말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쳐다보는 행위(아이콘택트)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대병원, 환자ㆍ건강인 대상 가상현실 시험 결과 #불안장애환자 특징… #대화 중 상대방과 눈을 잘 못 마주치고, #발표하는 동안 #청중 없는 곳 더 많이 쳐다봐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79명의 사회불안장애 환자와 건강한 성인 51명을 대상으로 실제처럼 꾸며진 여러 유형의 ‘아바타’ 청중 앞에서 미리 주어진 내용을 발표하는 가상현실 시험을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총 130명의 모든 참여자에게 두 가지 발표 조건을 줬다. 한 가지는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즉석에서 발표하는 것과 또다른 한 가지는 미리 숙지한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각 발표자가 머리에 쓴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의 ‘아이 트랙커’(eye tracker)를 통해 발표 때 시선의 움직임을 비교 관찰했다.

발표자는 가상현실 속 아바타 청중들을 바라보지만, 이 아이 트랙커는 발표자의 시선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는 거다.

아바타 청중은 실제 청중처럼 얘기에 집중하는 사람, 딴청 피우는 사람, 하품하며 관심없는 사람 등의 특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사회불안장애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보다 발표 중 아바타 청중을 덜 쳐다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정상 대조군의 경우 자신과 관련된 발표 시 사회적 이슈 관련 내용보다 아바타 청중을 더 많이 보는 차이가 있었지만, 사회불안장애 환자군은 두 주제 모두 청중을 보는 시선에 양적인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가상현실 시험이 대화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상대방과 눈을 잘 마주치려 하지 않고, 발표하는 동안에도 청중이 없는 곳을 더 많이 쳐다보는 불안장애환자들의 특징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불안장애’는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정신질환을 통칭한다.

최수희 교수는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얼굴이 붉어지거나, 떨거나, 땀을 흘리거나, 말을 더듬거리거나, 모욕당하거나,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이게 결국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당장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실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없고, 걱정과 달리 내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기회를 스스로 박탈함으로써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며 “사회불안장애 질환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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