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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경영] 신기술로 미래 먹거리 찾자!···국내 기업들 연구개발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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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이다. 중국의 추격,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기술 확보라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은 올해 R&D 투자 비용으로 51조6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2.5% 늘었다.

중국 맹추격, 미국 보호무역 강화 #경영 불확실성 커질수록 투자 늘려 #1000대 기업 올해 51조6000억 투입 #연구소 구축, 첨단사업 육성 등 총력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수소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수소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는 R&D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해(14조500억원)에 이어 올해도 14조7900억원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쓴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조직을 3개 조직으로 분리해서 운영한다. 각 부문의 사업부 개발팀에서는 1~2년 안에 출시할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고, 3~5년 후에 유망할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의 연구소가 있다. 미래 기업 성장 엔진이 될 핵심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곳은 종합기술원이다.

대표적인 주요 연구소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삼성 서울 R&D 캠퍼스’다. 연면적 10만 평, 6개 동 규모로 2015년 말에 입주했다. 이곳에선 디자인경영센터, 소프트웨어센터, DMC 연구소 임직원이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5629건의 국내 특허와 1만5193건의 해외 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만 5518건의 특허를 받아 2006년부터 11년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커넥티드, 친환경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매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를 공개하고 28종 이상의 친환경 차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이미 2010년 첫 자율 주행차인 ‘투싼ix 자율주행 차’를 데모카 형태로 선보였다. 당시 이 차는 검문소·횡단보도·비포장도로 등 9가지 장애물이 있는 4㎞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차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신기술을 주요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2015년 출시한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가 대표적이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 등이 도입됐다.

SK그룹도 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최태원 SK 회장은 공격 경영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을 강조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집중한다. D램 20나노 초반급 제품 양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차세대 10나노급 D램 제품을 하반기에 양산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New IC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환경 조성과 육성을 위해 3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 5G 등 미래형 네트워크 분야에도 3년간 6조원을 쏟을 계획이다.

LG도 ‘시장 선도는 R&D의 힘으로’가 목표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R&D 투자 가속화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1월 새해 인사모임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위기를 넘어 영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LG 테크노 콘퍼런스’ ‘연구개발성과보고회’ 등을 통해 국내외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재들을 만나고 R&D 분야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조6000억원을 R&D에 투자한다. 특히 자동차부품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에서 5440억원을 투자한다. 이미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 볼트에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LG디스플레이도 5조원대 투자를 통해 OLED로 사업 구조 변화를 꾀한다. 전체 투자의 70%를 대형 OLED와 POLED 신기술 개발 및 설비 확충에 쓸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빠르게 변하는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 6월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롯데 R&D 센터’ 문을 열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던 중앙연구소를 재단장했다. 규모는 5배 이상 커져 연면적 8만2929㎡(약 2만5086평)이며 430명이 이곳에서 식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AI를 비롯해 가상현실(VR), 옴니채널 등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투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 AI추진 전담팀을 구성하고 30여 개 계열사가 각각 전담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매출액의 1.5~2% 이상을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 1977년 1월 기술연구원 설립 후 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에서 국내 대학·연구기관과 수천개의 위탁과제를 운영하며 산학연 협동연구개발체제를 구축했다. 현재까지 3번의 연구개발체제 개편을 통해 R&D 역량과 효율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1㎟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강판인 ‘기가스틸’을 세계 최초로 생산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가스틸은 자동차 소재로 적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보다 경제성이 좋고 경량화는 물론 강도가 높아 ‘미래형 꿈의 강철’로 불린다.

GS그룹도 신기술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써달라”며 “미래 기술·산업트렌드·경영환경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서 GS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적기에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를 위해 GS칼텍스는 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건설하고 전후방에서 원료나 다양한 응용제품을 담당할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과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서 바이오화학 산업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GS에너지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충남 보령에 연간 300만t의 LNG를 저장·공급할 수 있는 LNG터미널 건설을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은 사업분야별로 사업구조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화학부문은 기존 범용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원천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태양광 부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15년 2월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던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통합하고 셀 생산 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올라섰다. 올 3분기까지 공장별로 단계적 증설을 진행해 총 6.8 GW의 생산 규모를 확보해 입지를 탄탄히 할 계획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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