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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서장 지낸 현직 경찰 간부가 동료들 검찰에 고소

중앙일보

입력

일선 경찰서장을 지낸 현직 경찰 간부가 동료 경찰관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모 전 서울 방배경찰서장은 방배서 소속 정모·전모 경위와 경찰청 임모 감찰계장 등 감찰담당관실 소속 직원 4명을 횡령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갑질' 문제로 강등된 전 방배서장 #방배서와 경찰청 간부들 고소 #"관용차 수리비 허위청구 횡령" 주장

이 전 서장은 방배서 관용 차량 관리를 담당하는 정 경위와 전 경위가 지난해 4월 관용차 수리비를 허위로 작성해 100여만원을 받아 임의로 사용했다며 이들을 공문서위조 및 행사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같은해 8월에 이들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도 징계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고소장에 적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고소를 하게 된 배경과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현직 경찰 간부가 동료 경찰관들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내부 비위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경찰 내 감찰부서에 전달해 내부 조사를 거쳐 징계와 법적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인 사례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서장이) 감찰부서 직원들이 연루된 건이어서 검찰에 고소한 것 같다. 아직 혐의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리비 횡령 내가 아닌 부하직원들"


이 전 서장은 지난해 8월 경찰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샀던 ‘갑질 서장’ 논란의 당사자다. 그는 관용차를 관리하는 직원에게 부인의 승용차 수리를 맡기는 등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장직에서 쫓겨났다.

경찰은 감찰조사를 벌여 이 전 서장이 관용차 수리비를 횡령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그를 총경에서 경정으로 강등하고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내려보냈다. 이때 김모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도 1계급 강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부당하게 인사발령을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대 동기(5기)인 이 전 서장과 김 전 서장은 각각 2010년과 2011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경기북부 경찰특공대 창설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경찰 내부의 갑질문화 척결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경기북부 경찰특공대 창설식에서 축사하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경찰 내부의 갑질문화 척결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사회 각 분야와 경찰 내부의 ‘갑질 문화 척결’을 강조했다. 이후 두 사람을 포함해 13명이 징계를 받았다. 김 전 서장은 당시 “부정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 전 서장은 침묵을 지키다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 내부에선 이 전 서장이 자신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처분에 불복해 고소장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관용차 수리비를 빼돌린 것은 자기가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고, 감찰조사에서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서장이 계급 강등 징계를 받은 뒤 무척 억울해한 것으로 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갑질 논란’도 음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이 고소장에서 펼친 주장도 이와 맥락이 같다. 그는 갑질 논란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3월 "정 경위가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현금 30만원과 한우선물세트를 내게 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받지 않고 돌려줬지만 정 경위의 행위가 뇌물공여표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뇌물공여의사표시는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상 뇌물공여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전 서장에게 검찰에 동료 경찰관들을 고소한 이유를 묻자 "나중에 말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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