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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본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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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수선하고 혼탁한 선거열기 속에 진주알처럼 빛나는 숨은 공직자들이 탄생했다. 중앙일보와 내무부가 마련한 청백봉사상을 받는 숨은 공복들의 면면은 때가 때인 만큼 한층 더 돋보였다.
이들은 누가 무어라 하든 희생과 봉사로 외길만을 걸어온 별난 인생들이었다. 누가 시켜서 궂은 일을 해온 것도 아니고 살림이 넉넉해 남을 도운 것도 아니다. 더 더구나 상이나 출세가 탐이 나서 밑거름이 된 것도 아니다. 오로지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헌신했을 뿐이다.
자기가 맡은 직분은 말할 것도없고 오히려 남의 일,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까지 도맡아 열과 성을 다해온 공직자들이다. 남 몰래 고아나 정신질환자들의 손발이 되어주었고 박봉을털어 불우이웃과 청소년들늘 돕고 가르쳐왔다.
주위의 회유와 유혹을 뿌리치면서 가난을 마다 않고 청렴과 청결한 몸가짐으로 공직사회의 귀감이 되어왔다. 선악의 구별이 어렵고 혼탁한 세태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광의 수상자들은 이처럼 어느 기관, 어느 관청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전체 국민에의 봉사자」로서 사회에 이바지해 왔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상사의 지시나 명령에 따라 시키는 일이나 하고 자기가 담당한 업무만 충실히 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전 국민의 봉사자임을 잠시도 잊지 않았다.
법률상 공무원이 지켜야할 의무는 복종의 의무, 청렴의 의무, 친절·공정의 의무 등을 꼽을 수 있다. 공무원 가운데는 복종의 의무를 잘못 이해해 상사의 명령이면 무턱대고 따르고 순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조직의 일원으로 상사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러나 상사의 위법하고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까지 복종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복종은 자체가 범법행위가 될 뿐더러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공무원의 본분을 일탈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정부기관에 소속되어 명령과 복종의 관계를 이루는 조직원이기 전에 국민이 위임한 국가업무에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할 보다 더 큰 포괄적 의무를 지고있다.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도 바로 이에 연유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이 정치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공직수행에 반영해서도 안되고 공평성을 잃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폭력과 흑색선전, 금권과 관권이 난무한다는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예사로운 선거가 아니라 공명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갖춘 대통령과 정부를 갖자는 선거다. 공명선거는 투·개표 등 모든 선거과정에 부정이 없고 그 과정도 합법성과 정당성을 지닐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모든 공무원들은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 온 숨은 공복들처럼 자기 본분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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