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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손 놓은 왕따·가정형편 고민 … 사회복지사가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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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3일 점심시간, 서울 무학초등학교 신관 1층의 학교 사회복지실. 오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대부분 오후 특기적성 수업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집에 일찍 가도 반겨줄 사람 없는 아이다. 이 학교 '사복샘'('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의 애칭) 임소정씨는 다른 교사가 수업을 끝내고 조금 한가해지는 이때부터 더욱 바빠진다.

아이들은 복지실 한편에 마련돼 있는 DDR과 각종 놀이 교구 등을 이용해 춤을 추거나 장난을 친다. 그들을 돌보고 얘기도 들어주는 것이 모두 임씨의 일이다. 그는 학기 중에 리더십이나 또래 관계 형성, 학교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임씨는 2004년부터 교육인적자원부의 '사회복지사 활용 연구학교'로 지정된 무학초등학교에서 근무해 왔다.

정부의 교육복지사업을 통해 임씨처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현재 200명가량 된다. 학교나 학부모들은 사회복지사가 학교에서 하는 일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 아이들 마음속으로=학교 사회복지사들의 주요 관심 대상은 주로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다. 기초학력 부진을 메워주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도록 돕는 것은 기본이다. 부모들이 해주지 못하는 문화 체험이나 특기적성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몰래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이런 아이가 상처를 입거나 다른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표 나지 않게 돕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서울 강서구 A중학교에서 근무했던 사회복지사 이소임씨의 경우 영철(가명.중3)군과 친해지기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2004년 저소득층 학생 명단에서 영철이를 확인한 뒤 사탕 속에 '복지실로 놀러 오라'는 내용의 쪽지를 몰래 넣어 건네줬다.

하지만 자신이 가난해서 받게 된 관심으로 생각했던 영철이는 이씨를 계속 피했다. 그러던 그해 가을 영철이의 아버지가 교통사고 당한 것을 알게 된 이씨는 지역 병원과 복지기관 등을 직접 뛰어다니며 도움을 받도록 주선해 줬다. 이후 영철이는 10분밖에 되지 않는 쉬는 시간에도 학교 복지실로 달려와 이씨와 장난도 치고 고민을 얘기한다.

◆ 전문성 십분 활용=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의 사회복지사 김선영씨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내 꿈으로 그린 세상'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사회복지단체 굿네이버스가 파견한 전문가 4명과 함께 학생들에게 심리상담과 미술치료를 하는 것이다.

김씨는 "방학기간에도 계속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아 복지단체 등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아봐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외에도 방학 때 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아이들이 건강 진료나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중.고교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학생들이 무료로 학원강의를 들을 수 있게 알아봐주기로 했다.

무학초교의 정춘석 교감은 "처음엔 학교에 웬 사회복지사냐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많았다"며 "이제는 선생님들도 자신이 챙기지 못하는 아이의 상담을 사회복지사 선생님에 의뢰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존 상담교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정 교감은 "사회복지사는 학교 바깥의 복지기관이나 교육.보건 프로그램 등을 연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감은 선생님이나 아이들, 학부모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수 기자, 김종원.유지윤 인턴기자

교육부 200명 배치 … 학교문제 해결 대안으로

학교 사회복지사는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목적으로 2003년 처음 도입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의 하나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를 각급 학교에 배치했다. 2005년 현재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있는 초.중등학교는 82곳이다. 이 중 80%가량은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업에 올해 총 29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대상 지역도 전국 중소도시 3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최진명 교육복지정책과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기회 불평등이 가난 대물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다른 부처의 아동복지 사업과 연계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2004년 5월 시행된 교육부의 '학교 폭력 예방 및 교육복지증진을 위한 사회복지사 활용 연구 학교'프로그램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사회복지사가 100명가량이다. 이를 모두 합칠 경우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는 200명가량 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활용 연구사업의 경우 정부는 시행 2년이 된 학교에 대해 지원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무학초등학교의 임소정 학교사회복지사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 학교 예산상 더 이상 근무하기 힘들 것 같다"며 "그동안에도 계약직이어서 좀 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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