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언니·오빠가 의붓동생 때려 숨지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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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남매가 의붓아버지의 전처 소생인 초등학생 여동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22일 이 같은 혐의(폭행치사)로 李모(13.중2년)양과 李양의 남동생(12.초등학교 6년)을 폭행치사 혐의로 조사한 뒤 부모에게 신병을 인계했다.

李양 남매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0분쯤 동두천시 생연동 자신의 집 거실에서 여동생과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놀이 과정에서 동생이 말을 잘 듣지 않자 오빠가 동생을 쓰러뜨린 뒤 배를 발로 수차례 밟았다.

그리고 언니 李양은 발버둥치는 동생의 양손을 움켜잡고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운데 오빠가 또 때리자 울다 지친 동생은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서야 풀려났다.

당시 아버지는 지방 출장을 갔고 어머니는 잠시 집을 비운 상태였다.

다음날 오전 9시쯤 일어난 李양은 전날 당한 폭행으로 배를 몹시 앓다가 어머니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숨을 거뒀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심한 외력에 의한 장파열로 사인이 나오자 이들 남매를 데려다 조사한 끝에 범행 내용을 밝혀냈다.

李양 남매는 당초 동생이 아침에 물을 마시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집에 부모만 있었어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 조사 결과 李양 남매는 2년 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현재 의붓아버지의 전처 소생인 동생과 함께 살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형사미성년자인 李양 남매를 가정법원에 송치할 계획이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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