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행정관 기강잡기…탁현민 “내가 알아서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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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내부 직원의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공식 임명이 지난 25일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행정관급 이하 직원에 대해 음주운전 전력과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 등 부적격 여부를 따져 임용을 취소하거나 원래 소속 부처로 되돌려 보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부적격 사유가 드러나면 임명되기 전에 잠시 며칠 근무했다가도 원부처에 돌아가거나 임명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회 보좌진 출신의 한 행정관이 과거 음주운전한 경력이 드러나 최근 다시 국회로 복귀했다고 한다.

1급인 비서관급 이상은 대통령 명의로 임명장을 수여하지만 2급 이하 행정관과 행정요원은 비서실장이 임명장을 주기 때문에 검증 결과에 따라 임용이 취소되는 사례는 역대 청와대에서도 있던 일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나온 모든 분들이 흠결 때문은 아니다”라며 “원하는 직급을 못 받거나 원래 부처의 요청으로 돌아간 분들도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관심을 모은 건 임용 취소 사유가 음주운전이었다는 점이다. 음주운전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세운 이른바 ‘공직배제 5대 원칙’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음주운전 전력으로 논란을 빚었고, 조 전 후보자는 결국 사퇴까지 했다. 그런 만큼 청와대 직원이 앞으로 음주운전 논란에 휩싸이는 걸 미리 방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자는 신규 임용을 원전 배제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재직 중 적발될 경우에는 중도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중앙포토]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중앙포토]

이렇게 행정관급 이하 실무진에 대한 검증까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켜 사퇴 요구를 받아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여전히 청와대에서 근무 중이다. 탁 행정관은 지난 18일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당한 때 그만두겠다. 오래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를 대부분의 언론은 조만간 청와대를 떠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이후 청와대 관계자는 “탁 행정관이 그만둔다고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탁 행정관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내가 여기에 있든 떠나든 내가 알아서 결정할테니 자꾸 묻지 말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탁 행정관이 적어도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행사까지는 직접 관여를 한 뒤 계속 근무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탁 행정관이 주도적으로 준비한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보고 대회’에 대해 이튿날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됐다”고 칭찬했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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