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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의 아주 사적인 Pick] 양세종, 선과 악을 한 얼굴에 담다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이상한 ‘설렘 포인트’에 빠지곤 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어떤 장면에서 배우의 사소한 행동이 마음에 콕 박혀버리는 거다. 그래서 가끔 그 장면을 찾아 수십 번씩 돌려보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애정 하는 배우가 하나씩 늘어난다고 할까.

최근 한 배우에게 제대로 치였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듀얼’(OCN)의 양세종이다. ‘듀얼’은 선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 인간과 납치당한 딸 장수연(이나윤)을 찾으려는 형사 장득천(정재영)의 이야기. 이 드라마에서 양세종은 복제 인간 이성준과 이성훈, 1인 2역을 맡아 극과 극을 오고가는 연기를 펼쳤다.

'듀얼' / 사진=OCN

'듀얼' / 사진=OCN

먼저 성준은 선(善)한 인물이다. 기억을 잃은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살인 용의자가 돼 쫓기는 처지지만, 귀엽고 순수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반면 성훈은 사이코패스 면모를 보이는 ‘스스로 악마가 된 남자’.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이들을 찾아 폭행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에 양세종은 성준과 성훈의 본체로 추정되는 인물인 이용섭 박사까지 연기하며, 1인 2역을 넘어 3역까지 소화하고 있다.

양세종에게 꽂힌 결정적인 장면은 3회에서 성준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성훈을 만났을 때다. 성준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우리가 쌍둥이 아니냐”고 묻지만 성훈은 찰나의 흔들리는 눈빛을 지우고 “너랑 난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차갑고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바로 성훈의 이 미소가 ‘pick’포인트.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성훈의 미소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TV로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 장면은 양세종과 양세종이 연기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 복제 인간이기에 외모나 말투, 톤의 차이를 크게 둘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양세종은 마치 다른 사람이 연기하듯 두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매회 눈물과 애증을 담은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양세종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양세종은 아직 단편 영화를 제외하곤 영화 작품이 없다. 그의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스크린에서도 빨리 볼 수 있길 바란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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