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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 화물연대 車도 꽁꽁 묶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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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석달 만에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가 재연됐는데도 기업들은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화물차는 넘쳐난다고 하는데, 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을 대신해 화물을 운반할 차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몇 대형 운송업체를 제외하고 다수의 영세 차주들에 대해선 정보 자체가 없어 차를 물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화물차는 많지만 물류는 마비=화물연대 소속 회원은 지난 5월 운송 거부 이후 50% 늘어 현재 3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화물차 운전자(19만5천8백대)와 비교하면 가입률은 여전히 15%에 불과하다. 따라서 화주들이 비회원의 차량을 이용하면 운송 거부 사태가 금방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에 나서면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물류 루트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몇개의 대형 운송회사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상시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설립한 물류전담 자회사 '토로스'를 통해 11개 운송업체에 물류를 위탁했다.

포스코는 6개월마다 5개 운송사를 선정한다. 화주들이 화물차량 정보를 갖지 못한 것도 큰 문제다. 1990년대 후반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대기업마다 직영 화물차를 줄이고 아웃소싱(외주)에 나섰으나 운송 거부라는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운송 거부가 발생하면 화주는 사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렇다고 차량을 직접 구입하고 운전자를 직원으로 고용해 운송을 맡기는 것은 경영 효율이 떨어져 기업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컨테이너 등 특수차량은 화물연대 가입률이 높아 집단행동에 따른 피해가 커졌다. 수출물량의 80%를 넘는 컨테이너 차량의 경우 가입률이 30%를 넘고 20t 이상 대형차의 경우 60%가 회원이라고 화물연대는 주장했다. 이들이 운송 거부에 나서면 부산항이나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등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최근에는 비회원들도 화물연대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거나 보복을 우려해 운송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기업들이 이들을 이용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화물차 찾기에 비상 걸린 기업=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시작되자 기업들은 비상 수송에 나섰다. 운송 거부 첫날인 21일 정부에 비상 수송을 요청한 건수는 20건 정도에 그쳤으나 22일에는 31건이 추가로 접수돼 누적 신청 건수는 51건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컨테이너 화물차량 45대(광주 30대, 수원 10대, 구미 5대)와 운전기사 45명의 지원을 요청, 화물연대 비회원 차주를 수소문해 차량과 운전기사를 조달했다.

대기업들마저 정부에 비상 수송을 요청해야 할 형편이라는 얘기다. 포스코의 경우 현재 인터넷을 통해 화주와 직거래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니 차주가 대형 화주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중소기업의 현실은 더하다. 일부 업체에서는 경영진의 친인척이나 퇴직 임원이 물류회사를 차려 놓고 물량을 독점해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차주들은 지적한다.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하명신 교수는 "기업이 물류 정보를 공개하고, 통합 물류정보망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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