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모은 돈 기부하고 떠난 日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사진) 할머니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은 김 할머니(1926년생)가 23일 오전 8시 4분께 나눔의 집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평창에서 3녀 중 장녀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0대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서 생활하다가 1942년 17살의 나이로 중국 지린성 훈춘 위안소로 강제동원됐다.

해방 뒤 38일을 걸어 조국에 돌아왔다는 할머니는 지난 2007년 2월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하원이 주체한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 "하루에 40여명을 상대로 성 노리개가 되어야 했고 죽지 않을 만큼 맞아서 고막이 터졌다"고 증언했다.

김 할머니는 또 한국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 등을 고스란히 모았다가 자신처럼 부모 없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써달라며 2000년,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그간 "짓밟힌 내 삶이 불쌍하고 억울해서라도 '내가 살아있는 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촉구해 왔으니 결국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차병원 지하 1층 특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25일 오전이며 장지는 나눔의 집 추모공원이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37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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