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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잡스·유희관 …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비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약자들의 전쟁법
박정훈 지음, 어크로스

저자 이름만 보고 칼럼 모음집이려니 지레짐작했는데 착각이었다. 언론인인 저자가 2년간 작업해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위대한 승리자들의 비밀을 파헤친 번듯한 경제·경영서를 냈다. 스티브 잡스부터 버진그룹 괴짜 경영자 리처드 브랜슨, 주식 부자 김범수,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 유희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약자의 성공모델’을 발굴해 탄탄한 스토리로 엮어냈다.

미혼모에게 태어나 출생 직후 버려져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잡스, 가난하고 못 배우고 몸이 약한 것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은혜라고 말한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축복은 때때로 고통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며 가난을 ‘위장된 축복’이라고 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무(無)수저를 갖고 태어났다고 토로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인물 스토리가 많다.

1974년 32세 노장으로 조지 포먼을 누르고 다시 챔피언에 오른 무하마드 알리의 ‘킨샤샤 혈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글을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8개의 장(章) 도입부에 담았다. 알리가 극적으로 승리했던 당시 8라운드 경기를 8개의 장에 하나씩 짝을 맞춰 배치하는 형식 실험도 눈길을 끈다. 저자가 말하는 약자의 승리 비결은 ▶강자의 게임이 아니라 자신만의 게임을 하라 ▶도발과 기습, 변칙 공격 같은 게릴라 전법을 택하라 ▶자기만의 감동 스토리를 구성하라 등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역설이 새롭지는 않다. 말콤 그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등 이런 전략을 담은 책이 이미 여럿이다. 이 책의 강점은 30년 기자가 쓴 글답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상처 입은 조개만이 진주를 품는다’처럼 울림이 있는 아포리즘도 책 곳곳에 박혀있다.

서경호 논설위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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