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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임기영, 김성근 감독 뺨치는 '징크스 마니아'

중앙일보

입력

고향은 대구지만, '광주의 별'이 됐다. 우완 언더핸드 투수 임기영(24·KIA) 이야기다.

[포토]임기영, 젊은 피의 힘을 보여줄게

[포토]임기영, 젊은 피의 힘을 보여줄게

임기영은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했다. 경북고를 나온 임기영은 2012년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임기영이 2014년까지 3년간 기록한 승수는 단 2승. 그런데 올해는 15경기에 나와 2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7승(3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1.93이다. 무명이었던 선수가 이제는 어엿한 1위 팀의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우완 언더핸드, 올해 KIA 선발 꿰찬 '신데렐라' #완봉승 2회 포함 7승(3패), 평균자책점 1.93

도대체 임기영은 어디에서 왔을까.

임기영은 2012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14년 말 한화가 FA(자유계약) 투수 송은범을 영입할 때, KIA는 임기영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임기영은 KIA 유니폼을 입자마자 바로 상무에 들어갔다. 그렇게 2년, 상무에서 불펜투수로 퓨처스리그를 누볐다.

2014.05.25 25일 오후 잠실구장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한화 임기영이 두산 타선을 맞아 역투하고 있다.

2014.05.25 25일 오후 잠실구장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한화 임기영이 두산 타선을 맞아 역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군 제대한 임기영이 어느 정도 마운드에 보탬이 될 거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잘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KIA는 시즌 초반 4·5선발감이었던 윤석민과 김진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고민이 컸다. 김윤동·홍건희 등을 시험해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때, 임기영이 등장했다. 그는 프로 데뷔 5년 만에 주어진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4월 6일 SK전에서 선발로 나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리고 4월 12일 두산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 후 4월에 3승, 5월에 3승을 따내는 등 제 몫을 다하는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KIA팬들은 임기영의 활약을 일컬어 '대박난 로또'라고 했다.

임기영은 "군 복무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했다. 하지만 상무에서 즐겁게 야구하면서 야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기영은 기교파 언더핸드 투수로 제구가 좋다. 올해 15경기에서 볼넷 14개만 내줬다. 한 경기당 평균 볼넷이 1개도 안 되는 셈이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 전이 24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됐다. KIA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대전=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5.24/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 전이 24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됐다. KIA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대전=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5.24/

그래서 대범한 강심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징크스 마니아였다. 임기영의 징크스에 대한 애착은 '징크스의 달인'인 김성근 전 한화 감독 못지 않다. 김 감독은 스무 가지가 넘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임기영은 선발로 나오는 날, 절대 국에 밥을 말아먹지 않는다. 그는 "고교 시절, 선발로 안 나가서 마음 놓고 밥을 국에 말아서 먹었다. 그런데 불펜투수로 나가게 됐고, 내가 그 경기를 말아먹었다(?)"고 회상했다.

임기영의 어머니는 아들이 선발로 나서는 경기를 앞두고 108배를 3번이나 한다. 임기영이 첫 선발로 나오기 전날 밤에 한 번, 경기 당일 아침에 한 번, 경기 전에 한 번. 총 3번의 108배를 했는데, 임기영이 호투를 했다. 임기영은 "그 날 이후, 어머니에게 경기를 앞두고는 108배를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 [사진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 [사진 KIA 타이거즈]

그렇게 아들의 승리를 위해 지극정성인 어머니지만, 올해 임기영의 투구 모습을 야구장에 와서 본 적이 없다. 이 또한 임기영의 징크스다. 그는 "부모님이 오셨을 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며 극구 부모님의 '직관(직접 관람)'을 말리고 있다.

임기영은 그 외에도 승리했을 때 유니폼을 계속 입기, 특정 브랜드 고체형 립밤 바르기 등 아주 세세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꾸준한 성적으로 올 시즌을 마치면 징크스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을까'란 질문에 임기영은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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