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대표단, 이란 방문…반미공조 강화하나(종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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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해 이란 야당 고위 관계자들과 회담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조선노동당 대표단 단장으로 이란을 방문하고 있는 류명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세예드 메흐디 줄라이 이란이슬람교연합당 제1부총비서 사이의 회담이 17일에 진행됐다"고 밝혔다.

류 부부장은 회담에서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조선노동당과 인민은 자위적 국방력으로 나라의 자주권을 굳건히 수호하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전례 없는 기적을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연합당 관계자는 과거 김일성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만남을 상기시키며 "이란 인민은 조선 인민과 함께 미국과 서방의 고립·압살 책동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슬람연합당의 무함마드 나비 하비비 사무총장도 18일 류 부부장을 만나 "강권과 전횡을 일삼고 있는 미국과 당당히 맞서 나가는 조선(북한)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슬람연합당이 "이란 인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성심성의로 도와주고 연대성을 표시해준데 대하여 언제나 잊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고 중앙통신이 전했다.

이란을 방문한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현지에서 이란 정부나 여당 관계자 면담 등 다른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표단의 이란 방문은 최태복 의장이 이끄는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이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식 방문한 지 5개월 만이다. 최태복 의장은 당시 이란 방문 당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만났다.

뿌리 깊은 반미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 기술을 교환하는 등 오랫동안 당국 간 협력과 당대당 교류를 이어왔다.
북한 노동당 대표단의 이란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 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란이 핵 합의의 기본 정신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던 미국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테러단체 지원 활동과 관련한 개인과 단체 18곳을 신규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2016 테러국가 보고서'에서 기존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던 이란을 '최악의 테러지원국'으로 또다시 규정했다.
이 때문에 북한 대표단의 이란 방문을 두고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반발하는 이란과의 반미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류 부부장이 인솔하는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지난 6일 평양에서 출발했으며, 이란 방문에 앞서 남아프리카 공산당 제14차 대회에 참석하고, 모잠비크에 들러 집권여당인 프렐리모(모잠비크해방전선) 당수와 만났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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