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요구하며 현직 부장판사 사표

중앙일보

입력

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항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인천지법 최한돈 부장판사 사직서 제출 #"법관 동향 파악은 법관 독립 침해"

20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 최한돈(52·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판사직에 물러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양승태 대법원장. [중앙포토]

양승태 대법원장. [중앙포토]

최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대법원장님은 종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유를 내세워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거부했다”며 “이는 사법부의 마지막 자정 의지와 노력을 꺾어버리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공개되지 않고 은밀히 이뤄지는 법관에 대한 동향 파악은 그 어떤 이유를 내세워 변명하더라도 명백히 법관 독립 침해”라며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에 대한 압박 또는 순치 목적을 활용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표 제출 이유에 대해서도 “마지막 남은 노력을 다하고자 심정을 담아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는 오로지 충정을 통해 대법원장님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한 가닥 희망에서 비롯 된 것이지 어떤 의도도 없다”고 설명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행정처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판사의 명단을 만들어 정보를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19일 열린 1차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대표판사들은 해당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최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현안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같은달 28일 양 대법원장은 추가조사 요구에 대해 ‘교각살우’라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판사회의 상설화,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 문책 등 다른 의결안에 대해선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최 부장판사의 사직서는 현재 인천지법에 제출돼 있는 상태로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