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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는 기업의 형편에 따른 탄력적 대응과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1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립을 위한 대립의 목소리, 일부 기업의 편협한 이해를 위한 목소리는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 기업도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변화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노동정책도 기업의 형편에 따른 탄력적 대응과 완급조절이 필요합니다.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제주포럼서 기자 간담회 #기업과 정부 양측의 한발짝씩 양보와 협조 요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오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7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재계 양측에 대해 한발짝씩의 양보를 당부했다. 정부는 사안에 따른 완급조절, 기업에는 사회에 요구에 대한 부응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단체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대한상의의 역할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비교적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재계의 대(對) 정부 창구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재계와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계 대표 단체장으로서 문재인 정부 출범 70일에 대한 평가와 새 경제팀의 평가를 하자면.
“권위적인 방식보다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새 정부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럼에도 (정부에) 부탁을 드릴 게 있다면 선언적 의미의 일과 실제 정책으로 나올 일은 상당히 많이 달라야할 것 같다. 선언이나 공약이 경제정책이 돼 나올 때는 현실에 가까운 정책이 나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늘 국정과제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민간과 정부가 계속 소통해가면서 팀플레이를 해나가면 좋겠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지켜야할 원칙과 넘어야 할 현실을 구분했으면 좋겠다. 기업의 규모나 형편에 따른 탄력적 대응, 사안에 따른 완급조절, 그리고 논쟁을 위한 논쟁보다는 현실적 대안에 집중하는 이런 세 가지 원칙하에서 (정부와 재계의) 대화가 진행되면 좋겠다.

최저임금 문제만 해도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위소득 근로자에 대한 배려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행의 최저임금법은  기본급 및 월 고정수당만 인정하고 있다. 생계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실질임금하고 비교를 해야 원래 취지와 맞지를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로시간 단축도 노동단가가 좀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교대제를 바꿔 사람을 더 뽑아야한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이 약간 낮아지는 것은 수용을 하고, 대신 사람을 좀 더 뽑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면 훨씬 좋을 것 같다. 비정규직 문제도 원칙면에서 기업 인력 운용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할 것 같다. 반면 현실적으로 보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것은 솔선해서 지양했으면 좋겠다.”

-정부의 상속세ㆍ법인세 등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세제 이슈는 정부가 적절한 논의 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조세정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입장이 나오고 있는데, 향후 정부가 주도하는 논의 기구를 통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각차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원칙대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길 바란다.”

-재계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탈(脫) 원전’도 중요한 이슈다.
 “이건 사실은 내가 원전 사업자이기 때문에 대답 드리기가 참 그렇다.(박 회장은 국내 핵심 원전 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을 계열사로 둔 두산그룹의 총수를 지낸‘오너 패밀리’다. 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박 회장의 장조카다.) 내 개인적 입장을 빼놓고 말하겠다.
조금 더 공론화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견해가 다른 집단간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안전과 환경 문제도 강조가 돼야겠고, 반면에 (대안으로 나오는 LNG) 발전소 건설과 연료수입에 따른 재원문제, 이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전기요금 인상 등  여러 문제들이 있다. 공론화가 빨리 이뤄져서 대화를 많이 나누다보면 (해법이) 도출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슈인 4차산업혁명 시대의 정부 역할은 뭐라 생각하나.
“첫째로 파격적인 규제해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IT기업) 아마존에서 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우리가 여려 규제를 모두 뚫고 나가면서 4차산업혁명의 분야에서 국제사회와 경쟁하고 협업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창업ㆍ중소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일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시급하다.
다음으로 인프라 구축도 해야 한다. 인공지능ㆍ빅데이터ㆍ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은 개별기업이 하기 어려운 영역이 굉장히 많다. 이런 영역은 정부가 좀 해줬으면 좋겠다. ”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첫 번째가 적폐청산, 반부패 개혁이다. 사정 정국과 함께 기업활동 제약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사정정국이라고까지는 말하기는 좀 그런 것 같다. 잘못된 것이 있어 조사해보고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거야 어찌하겠나 그런 것을 기업활동 제약으로 연결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른 것과 기업활동이 잘 돼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과는 분명하게 구분돼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간담회는 언제 어떻게 열리나.
 “지난번에 (대통령에게) 요청을 드렸는데 아직 정식으로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조만간 어떤 형태든지 답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에게도) 새 정부가 생각하는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자발적으로 솔선해서 같이 동참해서 문제해결에 나서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해당 기업들이 각자 자기 형편에 맞게 계획을 검토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과거처럼 (대기업들의 계획을) 취합해서 청와대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미리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지도 못했고 기업들에게 건의하지도 않았다.”
제주=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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