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 비하 논란 탁현민 행정관 “적당한 때 그만두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탁현민. [뉴시스]

탁현민. [뉴시스]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켜 사퇴 요구를 받아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18일 조만간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 사퇴 시기 언급은 안 해

탁 행정관은 이날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당한 때 그만두겠다. 오래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도 했다. 다만 탁 행정관은 구체적 사퇴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탁 행정관은 과거 자신의 책에 쓴 내용 때문에 그동안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2007년 발간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성관계를 했다고 적었고, 임신한 여교사에게 성적 판타지를 느꼈다고 밝혔다. 같은 해 펴낸 『남자마음 설명서』에선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는 표현 때문에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를 향해 여성계는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해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도 가세했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탁 행정관에 대해 “우려할 만한 점이 있다”며 “청와대에 고언하겠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탁 행정관은 지난 14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극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전부 픽션(소설)”이라거나 “어렸을 때 첫 성적 호기심에 대한 기억과 상상을 덧붙여 했던 말”이라며 논란이 된 내용에 대해 해명했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가 바로 물러날 때”라며 즉각 사퇴할 뜻이 없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공방이 계속되는 사이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탁 행정관을 적극 옹호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탁 행정관을 청와대로 부른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미안한 마음을 적었고, 친문 인사들의 옹호글도 이어졌다.

하지만 탁 행정관 본인이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더 이상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