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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면 조사 응한 박창신 신부…국보법 위반 수사 착수 3년5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

중앙일보

입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75) 신부가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75) 신부가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창신(75) 신부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박 신부가 최근 경찰이 제안한 서면 조사에 응했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전북경찰청, 이달 초 박 신부에게 "수사 마무리하자" 제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수락…A4용지 5~6장 질문지 전달 #2013년 시국미사 발언 배경 등 묻는 30~40개 질문 담겨 #박 신부 "북한 주장과 무관. 강론 근거 있다" 무죄 주장

전북경찰청은 18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 신부에 대해 서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서 "NLL(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 "천안함 사건 났죠? 북한 함정이 어뢰를 쏘고 갔다? 이해가 갑니까?" 등의 발언을 해 보수 단체들로부터 고발됐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75) 신부가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75) 신부가 2013년 11월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4일 익산 모현동성당에 경찰관을 보내 박 신부에게 직접 A4용지 5~6장 분량의 질문지를 건넸다. 모현동성당은 박 신부가 강론하는 곳이다. 질문지에는 당시 박 신부의 발언 배경과 동기 등을 묻는 질문 30~40개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근 전북경찰청 보안과장은 "박 신부가 대면 조사를 원치 않은 데다 신부라는 직책을 존중해 서면 조사로 대체했다"며 "답변을 받는 대로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해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이달 초 박 신부에게 "수사를 마무리하면 어떻겠느냐"며 서면 조사 여부를 타진했다. 처음엔 박 신부가 거부했지만, 송년홍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전주 호성만수성당 주임 신부)가 박 신부를 설득하면서 조사가 성사됐다.

박창신 신부는 2014년 3월 2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마련한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 미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국정을 올바르게 하지 않고 밑도 닦지 않고 간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앙포토]

박창신 신부는 2014년 3월 2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마련한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 미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국정을 올바르게 하지 않고 밑도 닦지 않고 간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앙포토]

당초 경찰은 2014년 9월 "박 신부의 발언이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있다"는 외부 기관 3곳의 이적성(利敵性) 감정 결과를 토대로 박 신부에게 세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조사는 불발됐다. 박 신부가 "성직자의 강론을 수사하는 것은 종교 탄압"이라며 출석을 거부해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2014년 3월 2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박창신 신부. [중앙포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2014년 3월 2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박창신 신부. [중앙포토]

경찰은 보통 피의자가 수차례 출석을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거나 추가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데 박 신부에게는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통상 고소·고발 사건은 석 달 안에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기는데 3년 넘게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보수 진영 양쪽에서도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진보 진영은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박 신부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박 신부는 명백히 국보법을 어겼는데 검찰이 야당과 종교계의 눈치를 본다"고 맞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2014년 3월 2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박창신 신부. [중앙포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2014년 3월 2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박창신 신부. [중앙포토]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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