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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고대 로마제국 언어에 깃든 삶의 본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6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고대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는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저술가인 키케로마저도 “지긋지긋한 라틴 문학”이라고 표현했다. 영어에 제2 외국어 배우기도 빠듯한 요즘 ‘사어(死語)’가 돼버린 라틴어라니. 하지만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재가 아니다.

책은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동아시아 최초 변호사인 저자가 2010~2016년 서강대에서 했던 라틴어 강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데 메아 비타(De mea vita)’. 저자가 첫 강의부터 던져주는 중간고사 과제로, 수강생들은 ‘내 인생에 대해’ A4 용지 한 페이지로 적어내야 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라틴어는 훌륭한 이야깃거리의 시작점이 될 뿐 중심 테마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어라고 할지언정, 라틴어는 여전히 유럽의 교육 문화에서 중요하게 간주되고 있다. 한 예로 이탈리아에서는 실업계고에 해당하는 기술 고등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고교생들에게 필수적으로 라틴어를 가르친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 학자들이 모국어보다 라틴어를 더 즐겨 사용했을 정도로 라틴어가 예술적·학술적·종교적 토대가 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라틴어가 준 영향도 유럽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저자는 라틴어를 모어로 했던 유럽 각국의 문화와 라틴어 공부 과정에서 느꼈던 깨달음을 풀어낸다.

라틴어로 ‘습관’을 뜻하는 단어 ‘하비투스(habitus)’를 보자. 하비투스는 원래 수도사들이 입은 옷을 일컬었다. 그러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수도사들의 모습에서 ‘습관’이라는 뜻이 파생됐다. 습관이란 뜻이 담긴 영어 단어 ‘해빗(habit)’도 하비투스에서 유래했다. 저자는 묻는다. “매일 출근해 일하는 노동자처럼 공부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바라봤다. 책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노동자냐”고.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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